등록 : 2006.01.04 16:41
수정 : 2006.01.04 16:41
노무현 대통령이 4일 당초 구상대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용한 것은 향후 국정운영과 당청관계 등을 다각도로 고려한 끝에 내린 결단으로 받아들여진다.
노 대통령으로선 우선 유 의원의 장관 기용이 가져올 당청간의 파열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임기 후반기 들어 스스로 정한 국정운영의 기조를 깨트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오는 17일께로 예정된 연두회견을 통해 제시할 `미래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유 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런 인식 아래에서 여당의 반발기류를 정면돌파하는 초강수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유 의원은 정책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소신이 뚜렷해 연금제도 개혁이나 사회양극화 문제,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책 등 복지부 당면 현안을 원활하고 성과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역량'에 거는 노 대통령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초 당의 반발을 감안, 5일 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을 통한 협의 절차를 거치려 했으나 오히려 이로 인해 예상외로 당내 논란이 확산되는 점을 좌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인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상황을 어떤 형태로든 조기에 매듭짓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여론에 편승한 알맹이 없는 비판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노 대통령의 원칙주의도 `유시민 카드'를 강행하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유시민은 안된다'는 주장에는 논리가 결여돼 있다"며 "단지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싫다는 것이 반대 이유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한 비서관은 "유 의원이 무슨 죄를 지었거나 능력이 없거나 이렇다할 부적격 사유가 없는데 그냥 정서적 반대만 갖고 `쟤는 안돼' 이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즉 여당 일부에서 제기하는 유 의원 입각 반대론은 부당하며, `결벽증'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노 대통령으로선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맞물려 노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당에 다시한번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관계 재정립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취임 후 일관되게 당정분리를 강조하고, 이를 정치개혁의 대명제로 삼아 몸소 실천했는데도 불구하고 여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간여하고, 그것도 명분과 근거가 없는 `여론'을 무기로 반기를 들고 나선 상황을 노 대통령으로선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유시민 카드를 밀어붙이고 결과적으로 `노기'를 드러낸 것에서 이런 의도가 담겨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른바 `유시민 비토론'이 참여정부의 국정이념과 상관없이 의원들간의 사적 호불호나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당장 당권이 걸려있고, 멀리는 차기 대선구도와 맞물린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유 의원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나선 것 자체가 정파간 경쟁 등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김완기 수석이 "당의 정파적 갈등이 감정적인 반목과 대립으로 상당히 비화되고 있는 현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여론, 특히 열린우리당 지지층의 여론이 유 의원 입각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평소 그를 아끼는 노 대통령의 결심에 일정부분 작용한 듯 하다. 한 관계자는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여당 지지층의 절반 이상, 국민의 40% 가까이가 유 의원 입각에 긍정적으로 나왔다"며 "따지고 보면 유시민이 있으니 그나마 우리당의 지지도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유시민 반대론은 당원 전체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단지 일부 의원들의 의견일 뿐이란 주장과 다름 아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앞으로 여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 또는 재정립해나갈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당과 거리를 두고 미래위기 대처에 전념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이 오히려 당력을 노 대통령 아래 하나로 모으고, 전통적 지지층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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