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개각 갈등’ 격화…청와대 만찬 참석 비대위서 논의
청와대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하루 앞두고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18명이 성명을 내어 유감의 뜻을 밝히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여, 연초 개각으로 촉발된 당-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유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발표한 뒤, “이것은 대통령께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당과 청와대 간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 예상외로 논란이 증폭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양자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이런 상황을 하루속히 종식시키는 것이 서로간에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당의 정파적 갈등이 감정적인 반목과 대립으로 상당히 비화되고 있는 현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 어떤 경우에 당에서 동료 의원을 ‘그 사람은 안 된다’고 집단적으로 의사표현을 한 적이 있었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각료 임명권은 고유권한이며 통치권의 기본인데도 대통령의 고유 영역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대통령 인사권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런 생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용규·김영춘·이종걸 의원 등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18명은 이날 오후 ‘개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오늘 내정을 발표한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는 유감”이라며 “향후 당-청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내각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개각 인사는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예시한다는 점에서 여론과 당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오늘 발표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생산적 당-청 관계에 대한 질서 있는 토론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는 이종걸 김영춘 정장선 최용규 안영근 조배숙 최재천 문병호 제종길 이상민 임종인 지병문 구논회 이상경 홍창선 한광원 정성호 김선미 의원이 참여했다. 열린우리당 한쪽에선 5일 열리는 청와대 만찬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5일 오전 열리는 비상집행위원회에서 만찬 참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이날 오후 “저에 대한 야당과 일부 언론, 그리고 우리당 일각의 비판과 걱정을 잘 알고 있으며, 이 모두가 저의 부족함에서 빚어진 일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보건복지 행정의 발전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이태희 김의겸 황준범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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