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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유재건 의장(왼쪽 끝)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11일 저녁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하기 위해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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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 “당 부담 줄이려, 현재 상황과는 무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대연정을 제안한 뒤,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려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 대통령은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한 만찬 간담회에서 “대연정 제안 이후에 당에 피해를 끼치는 것 같아서 당시 당 지도부에 탈당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며 “그러나 당시 반대가 심해서 못했고, 그걸로 끝난 일이다”라고 말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뒤 당내 반발이 터져나오며 당·청 갈등이 일기 시작하자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탈당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으나, 노 대통령이 직접 탈당 의사를 밝힌 사실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탈당 얘기는 당과 청와대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 되고 서로 기대감이 큰 데 반해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나온 것”이라며 “현재 상황과는 무관한 일로 이미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노 대통령이 탈당을 심각하게 검토했다는 것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노 대통령 “개각 과정에서 경솔했다”
당·청 간담회서 실수 인정…갈등 봉합 국면
“양자관계 당이 주도했으면”…태스크포스 설치 합의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1·2 개각’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갈등과 관련해 “정세균 전 의장의 입각 문제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경솔했고, 대통령부터 비서실장, 총리까지 모두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밤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 17명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정 전 의장의 입각에는 다소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내가 (개각) 실무과정에서 당무에 영향이 없는지 2차례 물어봤는데 그냥 넘어갔다”며 “참 아쉽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개각 과정의 청와대 쪽 실수를 인정하며 유감의 뜻을 표시함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싼 당·청 갈등은 일단 봉합될 가능성이 커졌다. 송영길·이종걸·민병두 의원 등 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던 초·재선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이번엔 작심하고 양보한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초·재선 의원들은 12일 아침에 만나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과 관련해 논란이 된 이른바 ‘차세대 지도자론’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차세대 지도자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당의 공식 선거에서 선출된 것 정도를 기준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름의 충정에서 했던 말인데, 너무 (당에서) 과민하게 받아들여졌다”고 해명했다. 초·재선 의원들이 요구한 당·청 관계 재정립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당정협의를 통해 당이 주도하는 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당·청간 인식차와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재건 당 의장이 제안한 연구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로 했다”며 “태스크포스엔 청와대 비서실과 총리실, 당의 인사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은 노 대통령이 대체로 당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으나,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도 연출됐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당과 나 사이에 인식의 격차가 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국정과제를 챙기며 가야 하는데 당은 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당·청간에는 인식의 괴리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근태 의원은 “민심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며, 노 대통령에게 이런 발언을 자제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전 장관은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앞서 인사말을 통해 “당과 저 사이에 시끄러운 얘기들이 많고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데,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큰 흐름의 하나로 받아들인다”며 “문민정부에서도 이런저런 얘기들로 시끄러웠고 국민의 정부 때도 대통령에 대해 당이 불만을 얘기했고 심하게 하면 이런저런 비판과 공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외국을 봤는데, (개각 때 여당이) 공식적 협의를 요구하는 그런 일은 없는 것 같고 인사에 대한 불만과 불평은 동서고금에 다 있는 일 같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최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발생한 열린우리당의 ‘유령당원’ 파문에 대해 “이는 창당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임석규 김의겸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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