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대통령 탈당’ 언급 충격파 확산

당.청갈등 새 국면 진입..차기주자들 촉각

"작년 대연정 제안 당시 탈당을 고려했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열린우리당은 12일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인 채 온종일 술렁였다.

탈당고려의 시제가 `과거형'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당 내에서는 `현재진행형' 내지 `미래형'의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향후 정국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당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유시민 의원 입각파동을 놓고 정점으로 치닫던 당.청갈등은 탈당발언 파문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의원 입각에 반대해온 초.재선 `서명파' 의원들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대통령에 대한 추가 면담을 요구하지 않는 등 더이상의 확전을 자제하기로 했다. 전날 청와대 만찬회동이 결과적으로 서명파의 주장을 대폭 수용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었지만 의원 대다수가 노 대통령의 탈당고려 발언에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대통령 탈당과 관련해서는 개각파동 과정에서 드러난 친노 대 반노구도의 연장선상에서 서로 다른 견해가 여과없이 표출됐다.

당 지도부와 친노진영은 노 대통령의 탈당고려가 당에 대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실제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초.재선그룹 일각에서는 "당에 대한 협박", "결국 갈라설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까지 나오고 있다.

친노직계 그룹인 의정연구센터 간사인 이화영 의원은 "대연정으로 한국정치가 한단계 차원 높아져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취할 필요성이 있을 때 탈당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여당과의 파트너십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고, 실제로 탈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이광철 대표는 "당에 미치는 영향때문에 괴로워하다가 탈당을 검토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을 샛하다는 의미"라며 "정부와 당은 두 개의 머리를 가진 하나의 몸이며 실제 탈당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초.재선의원들 사이에서는 "서로간의 인식차가 큰 상황이어서 탈당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현 당.청갈등은 치유하기 힘든 `신뢰의 위기'여서 탈당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광원 의원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때'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애정과 신뢰가 없는 부부라면 연애할 때 기분으로 돌아가 자존심을 죽이고 상대방을 배려함으로써 다시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이렇게 할 수 없으면 결국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신뢰회복이 되려면 당을 무시한 경솔한 인사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서 처럼 말없이 고이 보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서로 본질적 차이가 있다면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라며 "시기가 언제인줄 몰라도 다들 탈당할 것이라는 것은 공감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고, 대연정 파문당시 `대통령 탈당'을 언급했던 안영근 의원은 "당에 대한 대통령의 마음이 떠났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 등 차기 주자진영은 노 대통령 탈당고려 언급이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예상밖의 파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일단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 "당에서 빅과 불만이 있다면 헤어져서 가는 것도 검토를 해봐야되는 것 아니냐 하는 문제제기"라며 "당장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검토과제로 연구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제 청와대 만찬에서 탈당 얘기가 나와 이 시점에서 잘못 전달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철회해줄 것을 내가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전대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는 이들 두 차기 주자진영이 어떤 스탠스를 정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결국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이번 전대의 최대 복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희상 임채정 의원 등 중도온건 성향의 우리당 중진 및 재선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완충모임' 결성을 위한 발기인 모임을 갖고 여권내 갈등의 해결사역을 자임하고 나서 행보가 주목된다.

이들은 이날 우리당 전의원에게 보낸 발족 취지문에서 "당의 화합과 쇄신, 책임여당으로서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당의 공론을 만들어갈 수 있는 `소통의 광장'을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특히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의 정치적 역할을 제고시키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당내의 복잡한 기류는 노 대통령의 탈당발언 파문과 맞물리면서 전대와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치권 재편의 단초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노효동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