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3 06:48
수정 : 2006.01.1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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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영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대행(왼쪽에서 두번째)이 12일 5개 부처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시위문화 개선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책소의총에서 참석자들과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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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아웅다웅 하느니 떨어져 있는게”
지난 11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 당시 대화 내용 가운데 ‘탈당’ 문제가 언급된 부분을 요약해 재구성했다.
노무현 대통령(아래 대통령)=당-청 관계엔 인식과 소통의 문제가 동시에 있다. 정부·여당이 한몸인 적은 없었다. 총리를 당에서 뽑아 대표성을 주면 좋겠는데, 잘 안 되더라. 지금이라도 그럴 용의가 있다. 총리가 끌고 가는 방식으로 하면 당-정 관계 해결된다.
인사문제는 당이 주도해선 안 된다. 당내 의견을 물어보라고 하는데, 누구의 의견인가. 지도부 의견인가? 의원 개개인의 의견인가? 대통령 권한도 존중해 줘야지, 일방적 관계는 안 된다. 당이 인사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당은 선거를 치러야겠지. 하지만 대통령은 역사와 국가를 위해, 특히 단임으로서, 욕을 먹어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정무수석만 가지고선 안 된다. 구조적 문제다. 스타일 문제도 있다. 나는 ‘역설적 전략’을 써서 성공했고, 지금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리스크(위험)가 크다. 그게 당에 부담을 주는 것을 안다. 나 때문에 지지도 떨어지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다.
차세대는 내가 만들 생각이 없다. 되지도 않는다. (정동영 전 장관을 가리키며) 나이로 보면 정 전 장관은 나와 6년 터울이 나지만 중진이 돼 있다. 정 고문과 유시민 의원이 6년 터울인데, 다음 세대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지 않으냐.
와이에스(김영삼)가 포항에서 ‘화형’당했고, 디제이(김대중)가 결국 탈당했다. 다 안다. 나도 예외 아닐 것이다. 고부간 갈등 치유법을 참고할 필요 있다. 오늘 참모들이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하겠다. 자식들도 데리고 아웅다웅하느니, 내보내면 1주일 지나면 좋아진다. 떨어져 있는 것도 좋겠다.
갈등해소가 안 되면 아예 원수가 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할 수 있다.
김근태 의원=당에 와서 느끼는 위기 상황은 다르더라. 봉합 안 되면 통제 불능이다. 당적 정리 운운은 취소해 달라.
임채정 의원=충격적이지만, 현실로 수용해야 한다. (당과 청와대를) 분가시키자. 그게 더 편할 수 있다. 지나친 의존성은 안 좋다. 정리하는 게 옳겠다.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자는 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자.
대통령=당·정·청 인식과 소통에 대해 많은 얘기 나눴다. (오늘 논의 내용이) 액면 그대로 나가면 충격적일 수 있다. 대변인들이 조절해서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 (탈당 문제는) 유보하자. 당·정·청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태스크포스팀 만들어 연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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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탈당 언급 반년새 5번
노무현 대통령이 여권 인사에게 ‘탈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2일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쪽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은 11일의 청와대 만찬을 포함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적어도 5차례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연정을 추진할 때 처음으로 탈당을 거론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청와대로 대연정 철회를 요청하러 간 문희상 당시 의장에게 노 대통령은 ‘그렇다면 탈당하겠다’고 되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당시 문 의장도 대연정 철회를 요구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그럼 대통령이 탈당한다는데, 탈당하라고 할까”라고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하순께도 탈당 얘기가 나왔다. 당 관계자는 “당시 노 대통령이 이해찬 총리,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함께 골프를 하다 탈당 의사를 밝혀, 이 총리 등이 ‘다시는 그런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0월26일 재·보선 참패 직후, 자신의 생각과 달리 문희상 당시 의장이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의장직에서 물러나자, 노 대통령은 다시 탈당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당시에도 청와대 관계자들의 만류로 겨우 넘어갔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인 12월 초를 전후해서도 측근인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탈당할 뜻을 비쳤다고 한다. 여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 의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대통령의 탈당을 막아야 한다’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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