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회의 직접주재 “유령당원 엄벌”
과거 위법행위도 수사…파장 클듯
여당 “개각 후폭풍 군기잡나” 불만
노무현 대통령이 ‘유령 당원’을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정당개혁 없이는 정치개혁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절박성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칼날 아래 놓이게 된 것은 열린우리당이다. ‘1·2 개각’ 후폭풍으로 당·청이 한바탕 난리를 겪은 터라, 당에서는 ‘군기잡기’ 아니냐는 볼맨 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13일 지방선거 부정방지를 위한 관계장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당내 경선과정에서의 유령 당원, 당비 대납 등 부정행위는 민주정치의 뿌리를 흔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철저한 단속과 수사를 진행해 부정행위자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내경선 및 정당추천 관련 불법 행위 △금전 선거사범 △불법·흑색 선전사범 △공무원의 선거관여, 공직수행 빙자 불법선거운동을 ‘공명선거 저해 4대 사범’으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 신고포상금을 현행 5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고, 경찰 뿐만 아니라 선관위와 일반 공무원들에게도 특진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예민한 부분은 ‘앞으로 일어날 부정행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위법행위도 찾아내 뿌리를 뽑겠다’는 청와대쪽 방침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경우, 2004년말 11만명이던 당원이 2005년 4월 23만명으로 늘었다가 6월에는 12만명으로 떨어졌으나, 8월에는 다시 56만명으로 급증했다”며 “지난해 4∼8월 사이에 가입한 당원들 가운데 유령 당원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수사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검찰과 경찰은 우선 당이 자발적으로 당원명부와 당비 입금계좌를 제출하도록 협조를 구하되, 거부할 경우는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56만 당원 전체에 대해 전방위 수사가 펼쳐질 수도 있다. 특히 당원 모집에 앞장서온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수사에 상당히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한 재선의원은 “문제는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로,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로 위축된 사람들이 더 곤란해 하고 불안해 한다”며 “최근 잇딴 당내 분란으로 출마자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 한쪽에서는 최근 일부 여당 의원들의 비판론에 시달린 노 대통령의 ‘반격’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쪽은 “당·청 갈등과 겹친 것은 오비이락일 뿐”이라며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전해철 민정비서관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노 대통령이 2005년 4월 법무부 연두 업무보고 때부터 유령 당원 척결의지를 밝혔고, 지난해 12월 당내 부정선거 근절을 위한 관계기관 1차 회의를 개최했으며, 11월에는 자신이 직접 열린우리당 고위당직자를 만나 자발적으로 조사하고 선관위에 조사의뢰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청 사이에 패이기 시작한 골은 이번 수사로 인해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이태희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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