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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2 19:09 수정 : 2006.03.23 08:13

모리스 스트롱 전 유엔사무차장 겸 대북특사(오른쪽)와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이 21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경남대 제공

“한국은 미국에 ‘NO’ 라고 할 수 있어야”


“남한 정부가 한발자국씩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에 대해 찬성하며,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에는 반대한다. 나는 선택적이고 점진적인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물론 한국의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이 불만족스러워 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한국이 처한 이러한 상황은 과거 캐나다와 비슷하다. 캐나다는 미국의 반대에도 소련에서 쿠바로 가는 민항기의 기착지를 제공했으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서도 미국보다 앞서갔다.”

모리스 스트롱(77) 전 유엔사무차장 겸 대북특사는 21일 “한국은 미국에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캐나다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캐나다 국민의 80%가 이웃나라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스트롱 전특사는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국제회의실에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유엔의 역할’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에 앞서 박재규 경남대 총장과 1시간여 대담을 했다. 그는 캐나다 출신으로 71년 외무차관 시절 미-중 핑퐁외교를 지원했으며, 8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사무차장을 맡았다. 유엔의 환경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 관련기업 등의 자문역할을 맡는 등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크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유엔 및 국제사회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스트롱=유엔이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왔지만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한반도에 드리워진 어둠을 거둬내려면 국제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 지역의 진정한 당사자는 남북한이다. 평화나 모든 프로세스에서 국제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은 남한에 모든 경제적인 것을 의존할 경우 한국의 경제적 식민지가 될 것을 우려해 다변화를 원할 것이다. 북한이 아시아은행이나 세계은행 등에도 참여하고, 다른 국가와 양자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다변화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 다음 이 지역에서 중요한 것이 에너지다. 에너지 지원을 위해선 국제적협력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과 중국이 중심적인 역할은 하겠지만 그래도 국제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북한과 국제사회가 핵합의를 한 이후에 대비해 경제적인 지원 패키지를 준비해왔다. 경제적인 문제는 이른 시일 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핵 합의 이후 바로 국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경제협력 패키지에 대해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스토롱 박사도 얘기했지만 평화와 안전의 유지 역할을 하기 위해 유엔은 6·25에도 참전했고, 6·25 이후에도 쭉 역할을 해왔다. 세계의 냉전 체제는 허물어졌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 체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국민의 정부 이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화해협력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북미관계 악화가 걸림돌이다.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스케줄이 빨리 잡힐 수 있도록 유엔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스트롱=북한의 변화는 실질적인 것이다. 물론 속도는 느리다. 북한 당국은 주도면밀하게 변화를 실험하고 있다. 물론 북한도 변화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도시에 시장들이 있고, 농촌으로 가도 농민들이 자기 생산물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북한은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간곡하게 원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현대아산의 역할이 고무적이다. 경제적인 접근으로 정치적 해결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개혁의 가장 효과적 접근 방법이다. 그럼에도 북한 정부는 아직은 개혁에 대해 조심스럽고 실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는데, 북한이 중국의 개혁에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나에게 “도대체 북한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북한은 작은나라다. 그들은 미국의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미국의 위협이 클 수록 지도부를 중심으로 더욱 더 단결하게 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변화에 대해선 세가지로 얘기하고 싶다. 첫번째로 이념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 차원의 변화라는 의견이 있다. 북한이 중국식으로, 자본주의쪽으로 가는 변화라기 보다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변화이고, 어디로 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두번째로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조치들을 담고 있는데,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처라든지, 2003년 종합시장을 열었다든지, 합작투자법을 개선한다든지 등 북한 내 경제 문제를 풀려는 노력과 외국의 자본을 투입시키기 위한 노력은 평가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든, 전체의 북한 체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든 북한은 변화해야 하며 변화해 갈 것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김정일 체제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북한에서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유엔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스트롱= 인권은 유엔의 중요한 책임 중의 하나이지만 유엔이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 즉 인권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엔의 역할은 도덕적·점진적인 해결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북한 인권문제는 인권을 포함한 광범위하고 전반적인 문제의 해결과정 속에서 다뤄야 한다.

=국제인권에 대한 유엔의 기준과 미국의 기준이 조금 다르다. 어찌됐든 북한 인권 문제는 유엔이 얘기한다고 해서, 미국이 압력을 가한다고 해서 개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롱 박사 얘기처럼 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분위기를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점차적으로 유엔에 기준에는 못미치더라도 북한은 노력할 것이다. 유엔은 인권 문제가 자기의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에 계속 인권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북한이 받든 받지않든 메시지를 계속 던질 것이다.

-반기문 한국 외무장관이 지난 2월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공식 나설 것을 밝혔는데, 반 장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아시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스트롱=반기문 장관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고, 존경하고 있으며, 사무총장으로 갖춰야 할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만으로는 안 된다. 안보리의 강대국 입장이 중요한데 너무 뛰어난 지도자는 오히려 사무총장이 되기 어렵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강대국은 자신을 당황스럽게 하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 사무총장 선발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하지만 아시아는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주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아시아 후보가 나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하다. 지금 아시아에서 좋은 후보들이 많이 나왔는데 중요한 것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이 조금 불리할 수 있다. 한-미동맹 안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은 명백하게 아시아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누구인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과 한국은 상당한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다.

모리스 전 특사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 있는 이 자리가 나의 계획이다”라며, 미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동아시아에서도 상당한 지렛대를 갖고 있는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지인들을 바탕으로 이 지역 내 상호간의 이해와 아시아 지역이 세계무대에서 더 강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역내 대학및 연구소간 협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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