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4 11:44
수정 : 2006.05.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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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상 통일부차관, 북측 열차시험운행 연기 관련 브리핑 신언상 통일부 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측의 경의선, 동해선 열차시험운행 일방 취소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toad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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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시험운행 취소에 따른 배경과 전망
북 내각·대남파트 움직임에 군부 급제동 분석
남북관계.한반도 정세에도 후폭풍 예고
북측이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24일 운행계획을 전격 취소함에 따라 시험운행이 무산된 것은 물론이고 향후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까지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북측이 이날 우리측에 보내 온 전통문을 통해 시험운행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일단 그동안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 달 16∼18일 열린 제4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는 군 당국간 실무접촉에서 다룰 문제라는 입장을 보일 때만 해도 시험운행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북측은 22일 실무접촉을 갖자는 우리측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23일에는 탑승자 명단을 교환하자는 우리측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북측은 이 과정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를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에 연계한 셈이다.
이는 장성급회담에서 북측이 해상경계선 재설정 문제를 들고 나온 데 대해 우리측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해상경계선 문제 논의'를 포함한 군사 분야 8개 합의 사안을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논의하자고 맞서면서 진전이 없었다.
우리측은 군사보장 합의서 체결이 어렵게 되자 23일 탑승자 명단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군사보장을 갈음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북측은 이 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이는 북측 군부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남북이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시험운행을 위한 분 단위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이 무산된 점은 내각이나 대남 파트의 시험운행 강행 움직임에 북측 군부가 급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북측 군부의 목소리가 남북관계를 뒤흔든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이번 파장은 시험운행 무산에 그치지 않고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6자회담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6월 하순 방북마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시험운행이 무산됨에 따라 DJ의 경우 열망했던 열차 방북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아울러 평양을 방문하는 일정 자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시험운행 취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측 여론의 급반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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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시범운행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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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차관급회담을 시작으로 복원돼 본궤도에 진입한 남북관계를 통해 한반도 안보상황의 진전과 경협의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 찬 물을 끼얹은 결과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행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에서 북측의 전격 취소 조치는 대북경협과 교류 협력에 무게를 두는 우리측 대북 여론을 급격하게 냉각시킬 전망이다.
아울러 북측의 이번 조치가 군부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됨에 따라 북측이 금융제재 문제로 경색된 6자회담 국면 등 정세를 감안해 밖으로 향하는 대문을 걸어잠그는 조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작년 11월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고 북미 간 긴장관계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경색됐던 6자회담 상황을 뚫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남북 채널마저 함께 막힐 경우 2004년 6월 이후 남북대화와 6자회담이 동시에 중단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는 보고 있다.
반면 이런 비관적인 관측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시험운행 중단이 몰고 올 파장이 적지 않지만 앞으로 DJ 방북이 성사될 경우 오히려 상황을 급반전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남북관계 국면을 점칠 수 있는 시험대는 29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인 DJ 방북을 위한 2차 실무접촉과 이 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에 대북 경공업및 쌀 차관 지원문제 등을 논의할 경협위 12차 회의가 될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서울=연합뉴스)
prin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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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열차시험운행 취소 북한 통지문
북측은 25일로 예정됐던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취소한다는 전화통지문을 24일 돌연 남측에 보내왔다.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은 이날 통지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북남 열차 시험운행과 관련한 우리 측(북)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북측의 통지문 전문이다.
『북남철도 및 도로연결 실무접촉 남측 수석대표 홍광표 귀하
북남 열차 시험운행과 관련한 우리측 입장을 다음과 같이 통지합니다.
귀측도 아는 바와 같이 5월25일에 진행하기로 돼 있는 북남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쌍방 군사 당국의 군사적 보장조치가 아직 취해지지 않고 있는 조건에서, 그리고 남측에서 친미.극우보수 세력들이 존엄 높은 우리의 공화국기를 악질적으로 불태우고 6.15 세력에게 매일같이 무모한 반격을 가하며 나라의 정세를 극도로 험악한 대결과 전쟁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열차 시험운행과 같은 민족의 대사에 극히 불안정한 사태를 조성하고 있는 형편에서 시험운행은 예정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인정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쌍방 군사 당국 사이에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고 남측의 비정상적인 내부사태가 안정돼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북남 열차 시험운행을 기다릴 것입니다.
북남 철도 및 도로연결 실무접촉 북측 단장 박정성. 2006년 5월24일』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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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시험운행 무산 통일부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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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상 통일부차관, 북측 열차시험운행 연기 관련 브리핑 신언상 통일부 차관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측의 경의선, 동해선 열차시험운행 일방 취소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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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24일 경의.동해선 열차 시범운행이 북측의 일방적인 통고로 무산된 것과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다음은 북측의 열차 시험운행 일방연기에 대한 통일부 성명 전문.
『북측은 오늘 오전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 북측 단장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와 5월25일 진행할 예정인 시험운행을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과 남측의 불안정한 정세를 이유로 예정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알려왔다.
정부는 남북 당국간에 합의하고 이후 수 차례에 걸쳐 협의해 온 바 있는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남겨둔 시점에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남측 정세를 터무니없이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더욱이 쌍방 당국간에 구체적인 행사 일정까지 합의된 상황에서 합의사항을 손쉽게 파기하는 것은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정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예정된 철도 시험운행이 무산된 책임은 북측에 있음을 밝힌다.
정부는 민족의 혈맥인 철도가 어떤 경우에도 합의한 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남북 쌍방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상호 신뢰와 협력의 바탕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앞으로 열차 시험운행이 조속한 시일내에 이뤄지도록 북측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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