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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4 18:45 수정 : 2006.05.24 18:45

남북열차 시험운행이 북쪽의 일방적인 ‘불가 통보’로 무산된 24일, 경의선 남쪽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 철로 북쪽 끝에 빨간색 정지신호가 선명하게 켜져 있다. 남북 합의로 철길이 열려 신호기의 불빛이 파랗게 바뀌길 기대해 본다. 도라산역/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군사 보장조처 미비 등 이유…정부 “군부 반발 때문인듯”


25일로 예정됐던 남북 열차 경의·동해선 동시 시험운행이 북쪽의 일방적인 통보로 무산됐다. 남북 사이 철길이 완전히 끊긴 지 55년 만에, 시험운행 형식을 빌려 철마가 다시 남북을 오갈 수 있으리라던 꿈도 뒤로 밀리고 말았다.

지난 13일 남북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열차 시험운행에 합의한 뒤 행사 진행을 거듭 다짐해 오던 북쪽의 태도 돌변으로, 남쪽의 여론 악화 및 남북관계 악영향이 우려된다.

북쪽은 24일 오전 ‘북남 철도 및 도로 연결 실무접촉 박정성 북쪽 단장’ 명의로 남쪽에 전화통지문을 보내와, “시험운행은 예정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북쪽은 그 이유로 “쌍방 군사당국의 군사적 보장조처가 아직 취해지지 않고 있는 조건”과 “공화국(북)기를 악질적으로 불태우고 … 나라의 정세를 극도로 험악한 대결과 전쟁방향으로 끌고 가며 … 열차 시험운행과 같은 민족의 대사에 극히 불안정한 사태를 조성하는 형편”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이에 정부는 신언상 통일부 차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남쪽 정세를 터무니없이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열차 시험운행 무산 책임은 북쪽에 있음을 밝힌다”고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신 차관은 “(북쪽이) 합의사항을 손쉽게 파기한 것은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정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군부의 반발과 제동이 핵심(원인)”이라며 “23일 밤부터 북쪽 내부 각 기관의 의견조율을 거쳐 결국 최상층부가 군부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에 관여해 온 북쪽 관계자들이 23일 낮까지만 해도 ‘시험운행은 문제없다’고 거듭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23일 오전 남쪽이 ‘정전협정에 따라 (상대쪽 지역 방문) 명단을 통보하고, 군당국이 별도로 승인하는 절차를 밟자’고 북쪽에 전통문을 보낸 데 대해, 북쪽이 23일 오후 늦게 군사실무회담 북쪽 단장 이름으로 “서해상 충돌방지와 같은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답을 보내 왔다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한편, 열차 시험운행 연기와 관련한 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시험운행 취소가 “남북관계 개선의 상당한 악재”라며 “북한 군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철도가 직접 들어오는 데 반대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보인 셈이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진전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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