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4 18:58
수정 : 2006.05.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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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난민자격으로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 6명 중 한 명으로 찬미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탈북자가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에어포트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이 겪은 배고픔, 구타, 성노예 생활 등을 얘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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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망명 탈북자 6명 기자회견
지난 5일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 6명은 23일(이하 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에어포트 힐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북 계기와 중국·북한에서 겪었던 경험에 대해 증언했다.
짙은 선글라스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나온 이들은 약 1시간50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건너와 인신매매와 폭행, 구타 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남자 2명, 여자 4명인 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찬미(20·여·가명)씨는 맨 먼저 증언에 나서, 5차례나 인신매매를 당하고 북한으로 여러차례 끌려가 수용소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4년 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탈북했다는 찬미씨는 2003년 베이징에서 붙잡혀 북송됐다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풀려난 뒤 재탈북했으나, 인신매매단에 붙잡혀 2만위안에 팔려 강제로 결혼했다고 밝혔다.
예술체조 지도교원으로 근무했다는 한나(여·가명)씨는 군복무 중이던 남편의 사고로 갑작스레 가계 형편이 어려워져, 12살 딸아이의 운동복을 사주려고 국경을 넘는 물건 배달을 하다가 중국에서 인신매매단에 끌려갔다고 밝혔다. 한나씨 역시 2만위안에 팔려 선양으로 가 50대 중국인 집에서 지옥같은 삶을 살다가 딸을 낳았지만 공안에 붙잡히면서 또다시 헤어지고 말았다고 밝혔다.
1998년 탈북해 한차례 북송됐다가 재탈출한 나오미(여·가명)씨는 “중국인에게 팔려가 3년간 갖은 멸시를 받았고, 출산 6개월만에 북한에 다시 끌려가야만 했다”며, 북한 수용소에 있을때 출산이 임박한 한 여성이 강제로 낙태수술을 받은 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들어 가던 참상을 증언했다. 요한(가명)씨는 ‘왜 미국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미국에 가면 가족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고, 한국으로 건너간 탈북자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나쁜 이미지를 남겨 취직하기도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탈북자의 미국 망명을 주선한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현재 선양의 미국 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한국영사관에 대기해 있다가 미국 총영사관으로 넘어온 까닭에 이들의 망명을 허용하면 현재 한국 내에 있는 탈북자들도 똑같이 처리해야 해서 미국이 고민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결론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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