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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은 자신의 생일 잔치 자리에서, “고슴도치가 가시같은 털을 빳빳이 세우고 웅크리고 있으면 호랑이도 어쩌질 못한다”라고 비유적으로 말하면서 고슴도치론을 설파하며 파안대소하였다 한다. 그런데 이 고슴도치론이란 것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저 호랑이를 상대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머리를 감추고 공처럼 웅크리고 있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하고 갑갑할 노릇인가. 더구나 호랑이가 가지 않고 계속 지키고 있게 되면 종래에는 굶어 죽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고슴도치론이란 것은 결국 북한의 현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석을 해야지 결코 같이 따라 웃을 일은 아닌 것이다. 북측은 이미 합의했던 남북간 철로 시험운행식을 ‘군사적 보장조치가 없다는 점’과 ‘남측의 불안정한 정세 때문’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기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들은 운행식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연기 통보가 있었다는 점으로 미뤄 짐작을 해 볼 때 연기의 근본 사유가 아닌 듯 하다. 하루 전이라면 이미 결제 라인에서 모든 검토가 이루어 진 후에 이미 결제가 끝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종석장관이나 통일부 측에서 결정적인 오판을 했거나 지나친 낙관을 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보다는 그러한 이유들 이외의 이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가 있는데, 쌀 50만톤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우리 정부가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설,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방 한계선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아서 군부가 급제동을 걸었다는 설 등 여러가지 설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남북 실무자 간에 기합의된 사항에 대해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 것은 어느모로 보나 바람직해 보이질 않는다.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김대중 전대통령께서 이번 방북을 기회로 남과 북의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어 보려는 심모원려를 가지고서 기차편으로 북한을 방북하겠다는 소망을 피력하였다. 기차편 방북은 육로 관광에 이어서 수십년 동안이나 단절되어 있는 남북간의 철로를 잇는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향후의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남북간의 화해, 협력을 위한 노력이 발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 줄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다.
노무현대통령은 몽골 방문 중에 있었던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에 대한 ‘조건없는 지원’ 의사를 내 비치며 대북 관계의 대승적인 발전을 바라고 있음을 표명했다. 이를 통해서 남북간의 긴장완화를 도모하고, 남과 북 공히 잘 살 수 있도록 남북 경협을 더욱 더 발전시키며, 나아 가서는 남북 군축 협상을 통해 막대한 국방비로 인한 남북, 특히 북측의 경제발전 문제를 해결하여 장차 통일에의 길닦음을 하려는 것이었다. 남북경협은 개성공단의 경우 내년 말이면 입주업체 15개→300개, 근로자 7,046명→7만명, 연 매출액 1천5백만달러→20억달러로 늘어 공단으로서 규모가 갖춰지고, 정부가 내년 말 이후 개성공단의 청사진을 제시하게된다. 그리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공단부지 분양 세일’에 나서게 되는데, 개성공단 1단계 본단지 1백만평 중 잔여부지 57만평에 대해 6월부터 단계별로 분양할 예정일 정도로 폭발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외에도 경공업-지하자원 개발, 한강 하구 골재채취, 민족공동 자원개발 등으로 까지 그 폭과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미국은 남북경협에 대해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미국의 눈치를 보아 가며 조심스레 남북경협을 진척시키고, 대북화해 협력 분위기를 조성해 가고 있는 참여정부의 노력에 대해서, 북측은 도와 주지는 못할망정 고추가루를 뿌려대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친미 사대를 표방하면서 6.15 선언을 ‘대북항복 선언문’이며 적화통일로 연방제 통일을 하자는 합의문이라고 호도하고 있는 극우 보수우익을 껴안고 있는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대북화해 협력을 반대하고 있는 현실에서, 북측의 일방적인 남북간 철로 운행식 연기 통보는 참여정부와 우리당에 크나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북측에서 참여정부가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북화해 협력 사업에 대한 회의론을 남측 국민들 사이에 유발할 수 있는 이런 어이 없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남북 분열을 고착시키고자 하고 반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회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남북대결 구조를 고착시킴으로써 수많은 이산가족이나, 도탄에 빠진 북한 주민들은 도외시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시켜 보려는 북측의 체제유지세력, 즉, 군부나 골수 공산당원들의 농간이 있었지 않은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사실 역대의 군사독재 정권들과 북한 정권은 남북대결 구조를 최대한 이용하여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아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아직도 여전히 그러한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기득권층들은 남과 북에 공히 존재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북의 김정일 정권은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진정으로 대남 경제협력과 화해, 공존을 바란다면 과감히 그들, 대남 강경파들을 최종 결재라인에서 제외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현재 북핵 문제를 다루기 위한 6자회담이 북미간의 갈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DJ께서 북을 방문하려는 것은 이러한 교착상태를 풀 묘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고, 이는 금융제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측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 것이며, 나아 가서는 남북 정상간의 조건없고 격의없는 만남을 주선하여 남북간의 화해, 협력 분위기를 한 단계 더 올려 놓고자 하는 것이다. 기왕에 남과 북, 한민족의 화해 공존을 위한 숭고한 뜻을 가지고 방문하시는 만큼, 그분의 뜻에 부응할 수 있도록 기차편으로 평양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은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철로 시험운행도 조속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북측은 핵이란 고슴도치의 가시에 의존해서 언제까지나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북측은 남북 화해, 공존을 통해서만이 미국의 압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어서 고슴도치가 아니라 대등한 호랑이로 커 나감으로써, 결국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동북 아시아에서 한민족이 포효할 날이 있기만을 기대하는 바이다! 함께 살아가는 중프라이즈 바로가기www.joongprise.com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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