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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북핵 고위급협의 관전포인트 |
26일 오전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3자 북핵고위급 협의는 몇 가지 점에서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평양 방문(2월 19∼22일) 결과가 6자회담 관련국에게 상세하게 브리핑된 이후 3국 수석대표들이 처음으로만나 6자회담의 조기 재개 등 북핵 위기 타개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미.일 3국이 각각 중국을 통해 전해진 북한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그런 평가를 바탕으로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묘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6자회담 개최시 실질적 진전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등에 관해 머리를 맞대고 폭넓으면서도 진지하게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18층 조약체결실에서 진행되며,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석하게 된다.
이날 회의는 이들 세 사람에게는 북핵 무대 `데뷔'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 왕자루이 방북결과 평가 = 지난 22일 조선 중앙통신의 보도에 이어 중국을통해 전해진 북한의 입장에는 "긍정적 요소가 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6자회담에 반대한 적이없고 더욱이 탈퇴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점에 3국은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조건 성숙"과 "미국측의 믿을 만한 성의와 행동을 기대"한다고 촉구하기는 했지만, 그에 앞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6자회담에 참가할 용의가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3국은 `긍정적 요소'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 연장선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당분간은 지난 10일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한 이후 북한이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것으로 보여 어느 정도 외교적 노력을 벌일 시간을 벌은 것도 긍정적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 참여의 `조건'을 내건 데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특히 부시 미 행정부는 1기에는 물론, 2기에서도 "잘못한 것에는 보상이 없다"며 북한에게 `무조건 신속한 회담 복귀'를 압박하고 있고, 최근 `가짜 유골' 사태로감정이 상한 일본 정부도 그런 미국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언급한 `6자회담 참여 조건'이 단순한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큰 틀의 북미관계 정상화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3국은 기존의 입장과 같이 북한이 조건없이 조속하게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제4차 6자회담 개최는 작년 6월 3차 본회담의 합의사항이었던 만큼 북한이 약속을 지키면 되지 6자회담 개최 자체에 `조건'을 달아서는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런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잘못된 선례'가 남을 뿐더러, 북한이 앞으로도 비슷한 행태를 되풀이할 개연성도 많다는 우려도 섞여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 3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조건없이 복귀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되, 북한에 대한 `자극'은 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맥락에서 6자회담 파국시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논의나 대북 제재 검토등과 같은 `자극적 주제'는 이날 회의에서는 다루지 않고,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위해 3국이 계속 외교적 노력을 벌여 나가겠다는 정도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6자회담 참여에 조건을 달지 말고, 일단 회담 테이블에 나와서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북한에게 촉구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관련, 지난 2001년 `악의 축' 발언이후, 조금은 긍정적인 부시 정부의 대북 자세 변화를 재차 중국을 통해북한에게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대미 오해 해소 노력을 기울이자는데 의견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로는 북한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있다.
6자회담의 재개 협의 자체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부 당국자는 "오늘 고위급협의에서 어떤 해결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현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대북 설득을 계속해 나가는 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담에서 "협상을 계속하기 위한 상황들이갖추어 졌다고 믿는다"며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전폭 수용하고 6자회담에 참석할준비가 됐다고 답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6자회담시 실질적인 해결방안 협의 = 6자회담 재개 자체가 당장은 쉽지 않은만큼, 정작 6자회담이 열리면 무엇을 논의할 것인 지는 일단은 부차적인 문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은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북한이 6자회담 참가 조건으로 내세운 내용이 부시 2기 정부에게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현 체제의 안정을 보장하라'는 두 가지로 압축되고, 그 요구를 각론까지 끌고 들어가면 차기 6자회담에서 협의할 실질적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이날 회의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핵 문제 해결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부시 정부는 일단 북한이 6자회담에호응해 나온다면 거기서는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측은 6자회담 개최시 실질적 진전방안과 관련, 이른 바 `리비아식 해법'을 고집하고 있다.
리비아식 해법이란 북한이 HEU(고농축우라늄)를 포함한 모든 핵 시설.물질.프로그램을 자진신고하고, 그 신고를 토대로 IAEA(국제원자력기구) 추가의정서에 북한을가입시켜 IAEA가 `언제 어디서든' 의심나는 시설을 사찰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되나, 실제로차기 6자회담에서 실질적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면 미측이 조금은 더유연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는 만큼 벌써부터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측이 이번 왕 부장의 방북 결과를 상세히 전하면서 미측의 전향적인 자세를촉구한 데 이어, 지금의 장기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도 미국도 더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 우리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개진할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북한과 미국에게 할 말은 하겠다"는 NSC(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에 이어, 미국에게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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