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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글씨도 속도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경사 필체로 휘갈겨 쓴 친필 회신 서한.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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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글씨도 속도전' 3일 입수한 북한의 중국어 잡지 금일조선(今日朝鮮) 2월호에는 김 위원장의 특이한 필체를 엿볼 수 있는 2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이 잡지는 평양의 외문잡지사에서 발행해 중국에 내보내고 있는 대외 홍보지다. 이들 사진은 군대나 주민들이 보낸 편지 위에 김 위원장이 직접 친필로 답장을 적어 되돌려 보낸 것을 촬영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런 편지를 `친필 회답 서한'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진에 나타난 김 위원장의 필체는 수직을 기준으로 해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다. 특히 시간에 쫓기듯이 원래 편지의 문안에 거의 직각이 되도록 휘갈겨 쓴 글씨들이 눈길을 끈다.
북한은 지난 2001년 4월 26일 이른바 `백두산 3대 장군의 명필체에 대한 주체적 문예사상 연구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김 위원장의 필체를 `백두산 서체'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왜 이런 특이한 필체를 습득하게 됐을까. 이에 대해 북한의 인터넷사이트인 조선인포뱅크는 작년 8월 김 위원장이 아버지 고(故) 김일성 주석의 필체로 바꾸기 위해 학창 시절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열, 이것은 위대한 창조의 원천이다'라고 큼직하게 써넣은 종이를 책상 유리판 밑에 깔아 놓고 아버지 필체를 닮으려고 부단한 연습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모한 종이를 모두 쌓아놓으면 사람의 키는 넘을 것이라는 게 조선인포뱅크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필체를 바꾼 이유는 부친의 눈에 익숙한 글씨체로 보고자료를 작성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김 주석의 시력과 정신적 부담을 줄여 보겠다는 `충성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아무튼 그는 이런 노력 끝에 김 주석 글씨체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경사각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데 이르렀다. 아버지 글씨의 평균 경사각은 20.5도로 김 위원장의 20.9도와 기울기 차이가 불과 0.4도에 불과하며 ㅏ, ㄹ 등 일부 자모는 모양까지 같아졌다는 것이다. 조선인포뱅크에 따르면 김 주석은 집무실이 아닌 승용차에서도 글을 써야 했을정도로 늘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필기 속도가 빠른 경사 필체를 익혔다고 하며 북한에서는 이것을 `태양서체'로 명명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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