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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8 18:23 수정 : 2005.03.08 18:23

지난해 12월15일 첫 제품을 출하하기 시작한 개성공단 리빙아트 생산라인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조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상생생산’시범 통일향한 또 한걸음

“현대가 속았다. 북한이 군사 요충지인 개성을 남한 기업에게 쉽게 내줄 리가 없다.”

2000년 8월9일 현대 정몽헌 회장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 공업지구 건설에 합의했을 때,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개성공단이 서부전선 북한군 핵심 공격축선에 있기 때문에 공단이 건설될 경우 북한군 주력의 후방 배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회의적 예상을 뒤집고 4년 4개월 뒤인 지난해 12월15일 주방용품 생산업체인 리빙아트가 개성공단 첫 공장을 준공하고, 첫 제품인 냄비를 만들었다. 정부와 현대아산 등은 올 상반기 안에 15개 시범단지 입주 기업이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가동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본단지는 공사 진도와 북핵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 상반기에 1차 5만평부터 단계적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그동안 개성공단 건설의 속도에는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가 그대로 반영됐다. 남북은 애초 2002년까지 착공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임시통행로 군사적 보장 문제 미해결 등으로 착공 일정은 계속 미뤄졌다. 또 지난해 시범단지 건설이 본격화된 뒤에는 전략물자(적성국에서 군사용도로 쓸수 있는 물자) 반출 문제와 개성공단 생산품의 원산지 표시 문제가 불거졌다.

‘개성공단을 만든 사람들’은 이런 어려움을 뚫고 허허벌판에서 공단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무에서 유를 이끌어냈다고 할만하다. 게다가 이들이 만든 것은 그냥 ‘공단’이 아닌 것이다. 개성공단은 그 전까지와 비교해 ‘차원이 다른’ 남북 경제협력이다.

‘남북 공동번영의 평화사업’이라고 하는 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토지·인력이 결합해 고비용 구조에 따른 국내 기업의 어려움은 물론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의 사업’인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노동자가 한 공장 안에서 함께 일하며 갈등을 녹이는 화해협력의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실험장 구실도 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 외무성의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 뒤 정부가 남북경협과 북핵문제 해결의 병행 추진 방침을 밝히자, 보수세력들은 경협 중단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경제협력을 통한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 평화는 물론이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 이제는 입주 기업과 현대아산, 한국 토지공사, 정부 뿐 아니라 기업인, 전문가, 시민 등 모두가 지혜를 모아 나갈 때다. 그리고 이번 수상은 그 앞길을 열어간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뜻이 담긴 것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계약 체결, 임차료 협상, 법률 조정
공단 건설 밑절미 다져 산파 역할

■ 수상자 공적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현대아산 심재원 개성사업단장, 육재희 상무, 이정택 개성사업소장, 토지공사 공창두 개성사업처장, 허만섭 개성사업처 지원팀장, 통일부 조명균 개성공단사업 지원단장.
‘개성공단을 만든 사람들’로 선정된 6명은 말 그대로 개성공단의 오늘이 있도록 하는 데 핵심 구실을 한 사람들이다. 이 중 현대아산 쪽 관계자들은 북한과 개성공단 계약 체결, 법률 입안 등에서, 토지공사 쪽에서는 토지임차료 문제, 통신·전력 협상 타결에서 큰 구실을 했다.

대표적인 것만을 들면, 심재원 현대아산 개성사업단장은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 공급에 우선해서 시범단지 조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지난해 12월15일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을 실천에 옮기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또 육재희 현대아산 상무는 개성공업지구법이 시장경제 위주로 합의되는 데 큰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정택 현대아산 개성사무소장도 2003년 9월부터 허허벌판이었던 개성공단 터에 파견돼 개성공단 건설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공창두 토지공사 개성사업처장과 허만섭 개성사업처 지원팀장은 북한과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현안인 토지임차료 문제를 조기에 타결하여 공단 분양가를 현실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교류협력국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직간접으로 개성공단 협의에 관여해 왔던 조명균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래 남북경협 협상의 산 증인이다. 그는 개성공단 출입·체류 합의서 협상이 북한법 적용 문제로 타결되지 않아 공사 착공이 지연되자, 2004년 1월29일 직접 협상에 참가해 남북 양쪽의 입장을 절충하여 타결되도록 조정하기도 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막 시작된 민족합작사업에 격려를”

■ 심사평

이번 제7회 한겨레통일문화상 후보로 추천된 이들도 통일의 물길을 이끌어 온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갑론을박일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 이 시점’에서가 중요했다. “개성공단은 이제 시작인데다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대 민족합작사업체이니 지금 격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심사위원회는 현대아산과 토지공사, 통일부를 방문해 현장에서 고생했던 여러 사람들의 활동을 꼼꼼히 확인했다.

허허벌판에 현장사무소를 짓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거나, 토지 임차료와 통신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매달리거나, 개성공업지구법을 만들기 위해 관련 자료를 구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부었던 이들이 있었기에 개성공단은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사무소를 열 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가을 옷을 입고 개성에 가서 그 추운 겨울을 견디었고, 난방이 안되는 여관에서 뜨거운 물주머니를 껴안고 겨울밤을 지냈던 얘기들이 전해지고 있었다. 북한 관계자들이 겨울옷을 장만해 주었다는 대목에서는, 얼마나 추워보였으면 가난한 동포들이 그런 마음을 가졌을까, 그 모습이 상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만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모두가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 함께 고생을 했고, 또 오늘의 개성공단을 있게 한 것도 어느 한 회사나, 개인이 아닌, 다함께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 사업에 동참한 모든 주체들에게 상을 주되, 투입된 인원수나, 노력의 양을 감안해 현대아산에 3명, 토지공사에 2명, 통일부에 1명을 선정하게 되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현재 1900명 정도라고 한다.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생산품뿐만 아닌 더 근사한 일을 이루어내, 또 하나의 멋진 민족 신화를 기록해 주시기를 수상자 여러분들에게 당부 드린다. / 윤정모 제7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심사위원·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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