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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8 18:50 수정 : 2005.03.18 18:50

'폭정' 공방 가열…북핵 실마리 안갯속
중개자 중국도 "미국 일이다" 뒷짐

북핵 문제의 전망이 서지 않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주말을 전후한 한·중·일 방문을 앞두고 북-미의 대결이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지난 2월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이 나왔을 때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도 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이라는 중재자의 역할과 함께 북-미간에도 절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또 이른바 ‘회담 재개 이후 북-미 협상 가능’이라는 미국의 메시지를 놓고 한·중 두 나라는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중앙통신>과의 일문일답 형식을 빌려 “우리가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오명을 쓰고 회담에 나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의 사과와 발언 취소를 못박고 나오면서 절충의 여지는 사라졌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사과 요구에 대해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미국의 일”이라며 더 이상의 논평을 피했다. 같은 날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북한 외무성 대변인 주장에 “아무 논평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미국 쪽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피터 로드먼 국방부 국제안보 차관보는 지난 10일 북핵을 포함한 비확산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다룬 청문회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으로부터 의미있는 양보를 받아낼 책임의 큰 몫을 지고 있다”고 압박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미국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말로 들리는 류젠차오 대변인의 발언은 북한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라이스는 그 어떤 압력도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알고 이제라도 대조선 압력에 3자를 동원해보려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을 겨냥해 사전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어찌보면 느닷없이 폭정의 전초기지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북한은 2월10일 성명에서 6자회담에 나오기 위해서는 ‘회담의 여건 내지 분위기 조성’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3월2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폭정 발언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그 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스가 12일치 <워싱턴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내가 진실을 말했다는 데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사과한 사례를 알지 못한다”고 오히려 되받아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이어졌다.

북한이 미국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라이스 국무장관을 ‘폭정 독재국가의 하수인’, ‘정치론리도 없는 이런 녀자’ 등으로 비난하는 상황에서, 그가 한-중-일을 상대로 북핵문제에 대해 어떤 협의를 할 것인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미국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과 한국, 나아가 러시아가 북핵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가는 데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북핵문제는 위기 국면을 예고하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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