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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5 19:57 수정 : 2005.04.25 19:57

‘자카르타 회동’ 북 대화복원 암시
오랜 교착 풀어낼 실마리 안잡혀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자카르타 회동’을 계기로, 남북대화 재개의 물꼬가 트인다면 어떤 수순을 밟을 것인가.

우선,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데 대해선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비동맹 외교를 강조했던 고 김일성 북한 주석이 생전에 애착을 가졌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이 만난 사실 자체의 의미가 큰데다,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당국간 대화 재개에 두 사람이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한 탓이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김영남 위원장이 이해찬 총리를 만나 긴 시간 대화를 나눈 것은 북한 내부에서 남북대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 내부 정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최고위급 당국자’간 회담의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당국간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라는 데 있다. 이 총리가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대화 복원’의 여러 가능성은 어떻게 보면 이미 합의가 된 내용을 당국 차원에서 이행하거나 보장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관대첩비 반환 문제와 고구려 고분 벽화 복원사업은 민간 차원에서 사실상 이미 합의한 상태다. 이 문제를 당국간 회담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자칫 민간의 ‘성과’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공식 회담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동해선 도로 연결 등 이른바 ‘3대 경협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당국간 대화라면 대화 복원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에도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일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남쪽의 지속적인 대화 요청에 북쪽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가 오래 지속된 것은 드문 일”이라며, 북한이 대화에 나올지에 대해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북핵 문제가 불거져있던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정치·군사분야 9차례 △경제분야 13차례 △적십자·체육분야 3차례 등 모두 25차례 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조문파동과 기획 탈북자 대량 입국, 북한 인터넷 사이트 차단조처 등이 겹치면서 예정됐던 회담이 줄줄이 연기됐고, 지난 9개월여 동안 남과 북 당국 사이엔 이렇다 할 접촉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금 갑자기 어떤 변화가 있기에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상당수 관계자들의 말이다.

물론, 본격적인 ‘대화 복원’이라면 지난해 7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자카르타 회동만으로는 그 첫단추가 무엇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9차 회의 이래 중단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재개가 남북대화 복원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해온 대북 비료지원이 이미 시기를 상당히 놓친 데다, 그동안 정부가 “당국간 회담이 재개되면 비료를 지원할 것”이란 원칙론을 고수해온 상황이어서, 북쪽이 먼저 회담을 제의하기 전에 남쪽이 먼저 나서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통일부는 “북쪽이 이제라도 남쪽의 대화 제의에 전향적으로 응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자세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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