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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차관급 회담 결과 보고를 위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오른쪽 끝)이 참석자들의 격려박수를 받자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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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대화 ‘마지막 손길’ 북 ‘최종결심’만 남았다 미국이 지난 13일 뉴욕에서 북한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마지막 손길’을 내밀었다. 미국은 이날 접촉에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6자 회담 틀 안에서 양자대화에 나설 뜻이 있음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지난 8일 외무성 대변인의 일문일답을 통해 던진 물음에 답변을 준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의 말대로라면, 이제 북한의 ‘최종 결심’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북한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않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9일 낸 담화에서 미국의 핵 선제공격 작전계획 ‘8022-02’를 거론하며 “미국의 주권국가 발언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중앙통신>도 같은날 “미국의 주권국가 발언은 한갓 빈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외무성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뉴욕접촉에 대한 거부로 보기엔 이르지만, 아직은 나설 결심을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주권국가 발언 기만적” 북 반응 싸늘
미 “할만큼 했으니...” 제재 수순 관측 북한의 이런 반응에 대해선, 미국의 메시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뉴욕접촉 사실이 공개된 다음날인 19일(현지시각) “(이번 접촉은)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리 입장을 북한이 ‘여과장치’ 없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매우 친숙한 그런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메시지의 ‘내용’보다는 메시지를 전한 ‘형식’에 의미를 두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사실 뉴욕접촉 이후에도 6자 회담 재개에 대한 미국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뉴욕에서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와 한성렬 차석대사를 직접 만났던 조지프 디트라니 미 대북협상 대사는 지난 18일 “북한이 끝내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나머지 5개국은 다른 선택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디트라니 대사와 함께 북한대표부를 방문했던 제임스 포스터 국무부 한국과장은 19일 “우리 모두는 북한의 회담 보이콧에 극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반응은 뉴욕접촉이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으로선 “한국과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할 만큼 했는데도 북한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무부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미국은 뉴욕접촉을 통해 ‘그것 봐라. 북한은 역시 변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을 더욱 굳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다른 한편으론 제재 수순을 준비하고 있으리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되면 6자 회담이 재개됐을 때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중요한 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또다시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한국의 중요한 제안은 세상에 모습을 한번도 드러내지 못하고 서랍 속에 들어가야 한다. <교도통신>은 뉴욕접촉에 대해 “북한이 2주 안에 답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북한의 최종 결심은 미국의 선의에 대한 믿음과 회담에 복귀했을 때 우려사항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설 때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은 남북 장관급 회담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북 논의 등을 계기로 한층 강도 높은 외교적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고드름이 언젠가는 녹듯이 북한도 최종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로선 그게 어떤 내용일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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