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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2 19:22 수정 : 2005.05.22 19:22

‘북핵 6자 드라마’남 송민순 차관보 수사학

“길을 걷다 지쳤다고 해서 택시로 갈아타선 안 된다.”

북핵 6자 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지난 20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이른바 ‘북핵 시한론’에 우회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리곤 “나그네는 그런 상황에서도 ‘이제 절반 밖에 오지 않았는데…’ 하며 걸음을 재촉한다”는 그린란드 속담을 소개했다.

송 차관보는 곧잘 비유를 들어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 방침이나 관련국과의 협의 내용을 암시하곤 한다. 직접화법을 쓰기 곤란한 처지에서 나온, 그만의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런 수사학은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여섯 주인공이 엮어가는 ‘북핵 드라마’의 내밀한 흐름을 읽는 데 유용한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 수레론=그는 남북 차관급 회담이 열린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레론’을 펼쳤다. “남북회담과 6자 회담은 같은 틀에서 움직이는 두 개의 수레”이며 “이들의 목적지는 같지만 속도 차이로 인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과 6자 회담 재개를 연계해야 한다’는 미국 일각의 주장과, ‘남북대화를 통해 6자 회담을 견인하라’는 국내 일각의 요구에 대해 ‘병행’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 고드름론=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 이른바 ‘다른 선택’이 거론되는 가운데, 북한이 8일 미국과 직접 만나 ‘주권국가 인정’과 ‘6자 회담 틀에서 양자접촉’ 의사를 확인하겠다고 밝히면서 비관론과 낙관론이 맞설 때 그가 던진 비유다. 그는 “고드름은 서서히 녹아 없어지기도 하고, 느닷없이 툭하고 떨어지기도 한다”며 판단을 유보할 것을 주문했다. 고드름은 결국 녹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비관론을 견제한 셈이다.



◇ 골프론=송 차관보는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4월29일 다시 한국에 온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무 차관보와 만나 6자 회담 재개와 실질적 진전을 위해 ‘추가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마침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이라고 비난한 터라 ‘추가적 노력’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그는 “18홀을 돌고도 경기가 끝나지 않아 9홀을 더 돌기로 했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추가적 노력이 그간 진행된 외교적 노력의 연장선에서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 닭과 오리론=북한이 2월10일 6자 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한 이후 한·미·일 수석대표들이 같은달 26일 서울에 모여 회담 재개 방안을 협의했다. 그는 협의를 마친 뒤 “북한이 닭을 자꾸 오리로 보는 것 같다”며 “회담장에 나오면 그것이 닭인지 오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기회의 창’이 열려 있으니, 그 창으로 들어와 기회를 확인하라는 권고였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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