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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5돌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남쪽 대표단과 북쪽 대표단(흰 와이셔츠 차림)이 나란히 앉아 연사들의 연설에 손뼉을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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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우여곡절도 있었다. 실망도 있었고, 얼굴을 붉힐 때도 있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5돌 기념 남북 당국간 공동행사에서 이렇게 말한 뒤, “그러나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 아무리 얽혀 있더라도 풀지 못할 과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이는 지난 5년의 가장 값진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재개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고 말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간접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6·15 공동선언 5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남쪽 당국 대표단과 북쪽 당국 대표단, 지원인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선 5년 전 그날의 흥분과 떨림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6·15 정상회담을 ‘분단 55년의 어지러운 과거를 한순간에 날려버린 일대 사변’이라고 규정한 김기남 북쪽 단장은, “지난 5년간은 공동선언이 온겨레의 심장 속에 통일의 이정표로 확고히 뿌리 내리고, 내외의 온갖 도전 속에서도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우리 민족끼리’의 위력을 떨쳐온 놀라운 전변의 다섯해였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북과 남의 당국은 6·15의 싹을 통일의 거목으로 키워나가는 데서 제일 책임이 큰 당사자이고, 선언 이행의 주역”이라며 “무엇보다 책임있는 당국 사이의 공조를 실현해야 하며, 오늘 이 모임 자체가 당국 사이의 뜻깊은 공조의 장이고 그 모범”이라고 말했다. 남쪽 대표단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기념사를 통해 “6·15 공동선언은 그 어떤 경우에도 더 이상 이 땅에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며, 민족끼리 대립하고 불신해서도 안 되겠다는 남북간의 굳은 다짐”이라며 “한반도 냉전 종식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 요소들을 남북이 주도적으로 하루속히 제거하고, 남북이 힘을 모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다음주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장관급회담부터는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한 마음 한 뜻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덧붙였다. 임 전 장관의 축사에 호응해 축하연설에 나선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북남의 당국자들은 6·15 선언을 통해 내외 앞에 확약한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민족공조를 확고히 실현해, 모든 문제를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당국간에 열린 첫 공동행사는 기념촬영을 끝으로 1시간여만에 막을 내렸다.
한편, 정 장관은 8·15 60돌 서울 기념행사에 북쪽 민간 대표단 이외에 당국 대표단도 함께 초청했다. 이에 따라, 당국간 공동 기념행사가 앞으로 남북간 대화형식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8·15 외에도 3.1절 등 남북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행사를 당국 차원에서 공동으로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북핵 메시지 전달 ‘안갯속 하일라이트’
정동영 통일-김정일 위원장 면담여부 최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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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특별한 환대 6·15 민족통일대축전 남쪽 대표단에 대한 북쪽의 환대가 두드러진다. 김기남 당비서 겸 북쪽 당국대표단장은 14일 저녁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정 선생이 용단을 내려 온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 6·15 정상회담 첫 대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먼 길을 오셨다”며 북한 방문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북쪽의 환대는 대표단 출발 하루 전인 지난 13일 북에 간 선발대가 정부 대표단의 숙소가 주암·흥부 초대소에서 국빈급 백화원 초대소로 바뀌었다고 14일 낮 알려오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이날 오후 비 때문에 예정보다 두시간여 늦게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선 남쪽 대표단은 권호웅 내각참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의 영접을 받았다. 숙소에선 원로급인 김기남 북쪽 단장과 림동옥 당 조평통 부위원장 겸 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이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대표단을 맞이했다. 김기남 북쪽 단장은 “며칠 동안 쓰실 방에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정동영 장관을 직접 방까지 안내하기도 했다. 백화원 초대소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내부수리를 거쳐 새롭게 단장을 한 모습이었다. 각 방에 비치된 텔레비전을 통해 <비비시> <시엔엔> 등 외국 위성방송은 물론, 남쪽의 <한국방송>과 <문화방송>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다. 민간 대표단들에게는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가에, 또 천리마 동상에서 김일성경기장까지 가는 행진 구간에도 지나는 길목마다 수많은 평양시민들이 꽃술을 흔들고 북을 치며 환영했다. 지난 6·15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대통령은 연도에 나온 수십만의 평양시민들의 환영을 보고 놀랐다. 게다가 이날은 폭우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다. 한편, <중앙통신> 등 북쪽 매체들은 14일 통일대축전 개막식과 민족대행진, 박봉주 내각 총리의 환영만찬 등 남쪽 대표단이 참가한 모든 행사 소식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행사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평양에서도 ‘독도 휘날리며’ 6·15 5돌 민족통일대축전이 열리는 평양 시내 곳곳에선 독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한반도기에 새겨진 울릉도와 그 옆의 독도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02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경기 때부터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사용해 왔다. 이번 축전에서 독도 표시가 선명한 대형 한반도기는 김일성경기장에 걸렸다. 축전 행사에 참가한 북쪽 주민들도 한반도 수기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또 김일성경기장에 설치된 조형물 속에 새겨진 푸른 빛의 한반도 모양에는 울릉도를 상징하는 큰 점과 독도를 의미하는 작은 점이 함께 찍혀 있다. 평양시내 곳곳에 설치된 선전그림에도 한반도 모양과 함께 크고 작은 점 2개가 있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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