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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5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백낙청 남쪽 민간대표단 단장(왼쪽)이 16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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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민족통일대축전] 마지막날 행사 이모저모
박용길씨, 아들 문호근씨 ‘금강’공연보며 감회
만경대 방명록 치워…정부대표단 고분등 참관
“생전에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룬 아들을 축하하고 싶어, 아들 결혼식 때 입었던 옷을 입고 왔습니다.” 6·15 공동선언 5돌 기념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사흘째인 16일 저녁, 연분홍빛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75) 남쪽 준비위 명예대표는 봉화예술극장에서 가극 <금강>을 지켜보며 깊은 감회에 젖었다. 이 작품은 신동엽 시인의 장편시 ‘금강’을 바탕으로 박 명예대표의 큰아들인 고 문호근 전 예술의전당 공연감독이 1994년 초연한 작품이다. ‘민족가극’으로 불린 이 작품을 관람한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은 평양 공연을 제안했고, 문씨도 생전에 북녘땅 공연에 애착을 가졌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2001년 숨을 거뒀다. 이번 행사기간에 북쪽의 각별한 예우를 받고 있는 박 명예대표는 “이번에 와서 북쪽 사람들을 만나면서 통일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시간이 갈수록 희망이 보인다”며 밝게 웃었다. 앞서 남쪽 민간대표단 의장단 20명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이 만수대의사당을 찾아 김영남 북쪽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전날 밤 늦게 북쪽이 남쪽 준비위에 전격 통보해옴에 따라 갑작스레 이뤄진 만남이었다. 김 위원장은 백낙청 남쪽 준비위 상임대표가 대표단 한명 한명을 소개할 때마다 일일이 손을 맞잡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는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무총리께 말씀 많이 들었다”고 인사를 건네자, “이해찬 총리에게 훌륭한 인상을 받았다”며 안부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북·해외 민간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평양 시내에 있는 만경대와 개선문, 만수대창작사 등을 둘러봤다. 고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는 2001년 8·15 축전 때 이른바 ‘방명록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이 때문에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이 물러나기도 했다. 남쪽 대표단은 이를 의식해 방문에 앞서 북쪽에 방명록을 치워줄 것을 요구했고, 방명록은 없었다. 북쪽은 대표단과 함께 만경대 참관에 나선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김윤규 부회장 등 일행에게 따로 여성 안내원을 배치하고, 승용차로 만경대 구역 안까지 진입하는 것도 허락하는 등 특별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당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평안남도 강서군 강서세무덤과 덕흥벽화무덤 등 고구려 고분을 참관했다. 강서세무덤은 사신도 등 벽화 보존을 위해 일년 중 습도가 가장 낮은 3∼4월과 9∼10월에 연구자들에게만 내부 참관을 허용하지만, 북쪽의 배려로 이날 대표단은 고분 안까지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안내를 받으며 고분을 둘러본 정 장관은 “1500여년 전 역사를 실제로 보니 민족의 기상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김위원장 면담’ 기대 너무 컸나 김영담 단독면담 일정 바꿔 불발 가능성
6자회담 복귀설득 등 남쪽 역할론 빛바래
6.15 공동행사에 참석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이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쪽이 애초 16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남쪽 정부대표단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예방을 단독 면담과 이어지는 환송만찬으로 바꾼 것을 두고, 김정일 위원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가 아니냐고 풀이했다. 정부 대표단은 17일 오전 10시에 귀환하기로 돼 있어, 17일 중엔 김 위원장을 만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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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과 핵 사이’ 미국의 두 목소리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듭 거론하고 나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미 행정부 내 강온파 사이의 대립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6자 회담 북한 차석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이 오는 30일 국제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북한 인권 상황 우려” =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각) 탈북자 강철환씨가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면담한 것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강씨와 얘기를 나눈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두 사람의 만남을 전하면서 “이런 만남은 억압적인 국가의 지도자들을 분명히 화나게 할 것”이라며 “북한을 다자간 협상으로 복귀시키려고 설득하려는 시도를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탈선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만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북미 관계 정상화에 인권 문제가 의제가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그간 취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 인권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대북 인권담당 특사 임명을 늦추는 등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 “핵포기하면 영구적 안전보장” = 조금 느낌이 다른 신호도 있다. 조셉 디트라니 미 국무부 대북 협상 특사는 14일(현지시각) 의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영구적인 안전 보장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안전 보장 문제와 연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행정부와 의회의 많은 보수파들은 인권 개선이나 심지어 김정일 축출 없이는 어떤 안전 보장을 해주는 데도 반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디트라니 특사의 발언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디트라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 인권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안전 보장을 유보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에 맞서 북한의 안전 보장 문제를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6자 회담 차석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이 오는 30일 아시아 안전 보장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리 부국장이 미 정부 당국자와 접촉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번 방문은 북핵 6자 회담 재개와 관련해 미국 쪽의 의향을 탐색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자 회담 재개와 관련해 모종의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도쿄/박중언 특파원,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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