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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7 18:16 수정 : 2005.06.17 18:16

김정일 위원장이 17일 평양 대동강 영빈관에서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지인들을 초청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보현 국가정보원 3차장(당시 직책. 이하 같음), 임동원 국정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장, 박재규 통일부 장관,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사장. 평양/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장관 -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의미 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대화는 계속되어야 하고, 남북대화가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대중도서관이 주최한 6·15 정상회담 5돌 기념 국제세미나에서 축하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전격 면담을 한 것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면담은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간접대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면담은 김 위원장이 이른바 ‘북핵 결단’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더 직접적으로는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 이래 남북대화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핵’이라는 문과 ‘남북’이라는 문은 동시에 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면담은 1년 전의 북핵 6자 회담, 그리고 10개월 전의 남북대화 중단을 한번에 뛰어넘겠다는 북의 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번 면담은 북핵 문제의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 외교와 대북정책의 첫 가시적 성과이기도 하다. 2002년 10월 이래 2차 북핵 위기를 곱씹어 보면 북핵 문제는 북-미 관계 악화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결과의 측면이 더 컸다. 북-미 관계 악화가 북핵 문제의 악화로 이어지는 현실이 계속돼 왔다. 미국의 ‘정권교체’ 주장에 대해 북한은 핵억지력 확보로 대응했고, 미국이 ‘핵포기 먼저’를 요구하면, 북한은 ‘대북 적대정책 해소 먼저’로 맞섰다.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설은 이런 팽팽한 교착상태를 한국이 깨겠다는 선언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단호하고 직설적인 어법으로 ‘북한의 핵보유는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핵은 6자 회담을 통해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선언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했으며, 북한엔 핵폐기의 결단을 요구했다. 사실 지난 2월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이 없었다면, 또 그 이전에 2기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4차 6자 회담을 통해서 빛을 발했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핵 매듭풀기 긍정적 신호
한국 주도적 역할 힘실릴듯

노 대통령은 이 주도적 역할이라는 ‘열쇠’를 들고 지난 10일 다시 워싱턴을 방문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0일 산티아고 한-미 정상회담 당시보다 더 분명한 자세로 그의 손을 들어줬다. 부시 대통령은 나아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과 더 나은 정상적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동영 장관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 한국의 역할을 평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핵과 남북관계를 동시에 푸는 ‘병행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제 노 대통령이 6월13일 연설에서 촉구한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로서 남북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선 남북대화도 핵문제를 포괄하는, 한반도 평화에 그 강조점을 둬야 할 것이다. 정 장관을 수행 중인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정 장관이 16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전달하려 한 메시지의 핵심을 “어떤 분야에서는 협력이 가능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불가능한 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모든 분야’가 핵문제를 지칭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6·15 정부대표단이 이번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서 끊임없이 강조한 것도 화해와 협력을 넘어서는 ‘평화’의 문제였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한반도정세 영향 · 전망

%%990002%%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면담은 남북관계는 물론 6자 회담과 북-중, 북-일 관계 등에 넓고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일단 그 방향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 남북관계 각종 대화 복원 급류 두 사람의 면담은 남북대화의 전면 복원과 심화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고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단 파견 불허와 탈북자 대량입국 사태 이후 10개월여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복원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23일 이해찬 총리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자카르타 회동’ 때였다. 두 사람은 남북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고, 이는 지난달 16일 개성 차관급 회담으로 이어졌다. 사전회담 성격의 당시 차관급 회담에서 남북은 장관급 회담 재개 등에 합의했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공동보도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담는 데 그침으로써 핵 문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17일 면담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8·15 공동행사 당국 대표단 파견, 장성급 회담 재개를 통한 서해 북방한계선 해역 긴장 해소 의지까지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6자 회담 복귀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해, 오는 21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장관급 회담이 핵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순항할 수 있는 길도 마련했다.

다가오는 장관급 회담에선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이산가족 상봉 등 기존 대화채널 복원과 함께 북관대첩비 반환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한 공동조사 등 사회문화 협력, 그리고 군사당국자 회담의 길을 열어가는 정치적 합의가 기대된다.

■ 6자회담 _ 재개 움직임 가속도

김정일 위원장이 17일 6자 회담 복귀 시점을 언급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긍정적인 흐름’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는 최근 두 차례의 뉴욕 접촉을 거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은 상태여서,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경우 ‘더욱 정상적인 관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의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북한의 회담 복귀가 임박했다고 못박기에는 아직 이르다.

북한은 지난 6일 뉴욕 접촉에서도 6자 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5월13일 뉴욕 접촉에서 예고했던 ‘최종 결심’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이는 나흘 뒤 열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정부 당국자는 당시 이런 북한의 태도를 “앞으로 한발짝 나아가기 위해 오른발을 든 상태”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언급은 그 상황에서 7월이라는 시기를 밝혀 발을 앞으로 좀더 내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미 간에는 여전히 불신이 존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힘 또한 잠복해 있다. 이는 앞으로 예상되는 북-미 협의의 전망을 낙관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공이 북한 쪽에 있었으나, 이제 다시 미국 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 북-중 관계 _ 후진타오 주석 방북 파란불

6자 회담의 표류는 북-중 간에도 ‘한랭전선’을 드리웠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북까지 카드로 활용하며 북한의 회담 복귀를 ‘압박’했지만, 북한은 선뜻 호응하지 않았다. 주한 중국대사관 당국자는 이에 ‘무형의 제재’를 운운하며 북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번 면담은 북-중 관계의 정상화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해 ‘기회의 창’을 연 것이라면,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후 주석의 방북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움직인다면 중국도 움직일 것”이라며 “후 주석의 방북길을 닦기 위한 고위급 인사의 방북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은 20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자세를 보일 것이다. 일본인 납치 문제로 북-일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게 사실이지만, 그동안 핵문제에선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 악역을 맡았던 측면도 있다.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북-일 관계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유강문 정인환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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