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원장 “신중검토” 알쏭달쏭
전문가들 “해방전후 단전 경험…수용 쉽잖아”정부 “6자 틀안 전력 통제” 북 우려 씻기
남-북·북-미 관계 호전 ‘비관적’ 이유 없어 한국의 ‘중대 제안’이 6자 회담과 북핵 해법의 방향을 제시한 것인지를 평가하는 관건은 북한의 수용 여부다. 현재까지 북한의 반응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정도로만 알려지고 있다. 지난 6월17일 정동영 통일부장관과의 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한 말이다. 오찬을 포함해 5시간여 동안 계속된 당시 만남에서 두 사람이 이 문제를 얼마나 깊이 있게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중대 제안’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이 단 한마디에 그쳤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정부는 북한이 이 제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중대 제안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한 뒤, 정 장관은 미국을 찾아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에게 6·17 면담 내용을 전했다. 미국이 정 장관에게 이 제안에 대한 북한의 생각을 물어봤을 수도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미국과 북한이 그 뒤 뉴욕과 베이징에서 만났을 때 이 문제를 논의했는지에 대해 “거기까지 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북한이 이 제안을 받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해방 전후 압록강 수풍발전소의 전기를 쓰던 남한이 북한의 송전 중단 조처로 혼란에 빠졌던 경험을 북한이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의 발언은 ‘남쪽의 호의는 고맙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외교적인 언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 중대 제안을 공식적으로 북쪽에 전달한 것은 6·17 면담 한달 전인 5월17일 개성 차관급 회담이다. 하지만 차관급 회담에서는 중대 제안의 내용까지는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말은 충분한 검토 뒤에 나온, 준비된 발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중립적으로 해석한다면, 말 그대로 북한은 아직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부는 중대제안을 발표한 뒤 이를 보완하는 발언을 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13일 “전력 공급의 통제 및 중단은 남한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6자 회담 합의의 틀에서 행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우려에 대한 배려다. 직접송전 방식의 대북 에너지 지원이 남·북한과 미국 등 3자의 요구를 모두 감안한 것이라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 미국은 핵확산을 방지하는 창의적인 에너지 지원 방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쪽으로서도 경수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에 견줘 저렴하며, 북한의 경우는 송·배전 선로와 설비까지 제공받게 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전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북핵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지난 2월10일 6자 회담 불참 성명 이래 북한의 자세는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에 맞서 고립을 감수하더라도 자위력으로서의 핵무장을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6·17 면담 이후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 복원은 물론, 북-미관계나 중국과의 협력 강화 등 외부 세계와의 전면적 협력을 도모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6·17 면담에서 나타났듯이 북은 이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평가했다. 게다가 북한이 남쪽에 전력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미 여러번이다. 비관적으로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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