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2 17:41
수정 : 2005.07.22 17:43
"초병들이 순찰할 때 횟집 앞에 철책, 모래사장 앞에 철책을 지나야 합니다. 여름에는 피서객도 있고..작전환경의 딜레마입니다".
이상희 합참의장은 22일 예고 없이 국방부 신청사 1층에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민간인이 장병을 찌르고 총기를 빼앗아간 사건을 계기로 일고 있는 군 기강 문란 주장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이 의장은 먼저 해안초소 초병들이 원활한 경계임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작전환경이 마련되고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바다로부터 침투하는 적을 막는 것이 해안초병의 주요 임무이기 때문에 철책 주위를 순찰해야 하는데 요즘 해안가 철책에 인접해 유흥업소가 들어서고 철책이 있는 모래사장을 개방하는 등 작전환경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수욕장이 많은 동해안 지역의 해안초소의 경우 인근에 유흥가가 있어 종종 취객과 군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사고 지점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지 않은 지역이어서 피서객이 접근해도 달리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
이 의장은 "초병들이 순찰할 때 횟집 바로 앞의 철책을, 모래사장 앞의 철책을 지나야 하는 것은 작전환경의 딜레마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는 "술취한 사람이 철책을 절단하면 군용물 손괴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초병을 폭행하지 않으면서 몸싸움 시비를 걸어올 때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민간인에 의한 총기피탈 사건을 군 기강 문란으로 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 의장은 "군 기강이 문란해서 회칼에 찔린 것은 아니다. 장병들은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당했다. 특히 소초장은 민간인이 부하 초병에게 말을 건네고 할 때 저항하려 하다가 당한 것"이라며 "군 기강하고는 그렇게 밀접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가 위해를 가하면 총기로 방어를 해야 하는 것이 자위권인데 자위권을 행사할 여유와 시간이 없었다. 군 기강 문란이 아닌 초소 피습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의장은 "군 처벌기준을 보면 개인 및 지휘책임이 모호한데도 모든 것을 지휘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이러면 군 지휘관이 자기 부대를 소신껏 지휘할 수 없게 되고 사고를 내지 않는데 연연해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기를 뺏긴 책임 만큼은 있다"라고 말해 그 부분에 한해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의장은 "보초가 수칙에 따라 경계심을 갖고 근무하는 것은 기본인데도 그 기본이 부분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GP 총기난사 사건 때 가정과 학교, 사회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부족했다. 내 자식을 어떻게 키우고 학교 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군대의 문제가 단순히 군대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국가 전체의 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합참은 민간인에 의한 총기피탈 사고를 계기로 해안초소와 대민접촉이 잦은 부대의 근무수칙 개정을 비롯한 초병 신변안전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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