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7.23 21:27 수정 : 2005.07.23 21:44

<다시 백두산에서>

- 고은

해 뜬다

이 삼천리 강산 모든 풀잎들 꽃잎 이슬들

아침 햇발 한 살 한 살에 눈 뜬다

물싸리꽃 곰치꽃

우정금꽃


기뻐라

1백년 전 하나였던 것

1백50년 전 하나였던 것

아니 3백년 전

어느 먹밤 터무니에도

오로지 하나였던 것

1백년 후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1백년 전

1백년 후

이 사이 펄펄 살아난 지금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이대로 쪼개어진 절반짜리로는 더 이상 못살아

돌아쳐

못난 가시철망 조용히 걷어내어라

못난 내 마음 속 굳은 벽 녹여

거기 문 연 푸른 들녘이거라

오늘 새벽 4시 백두영봉 정수리에 꽂히듯 올라

내 조국 전체를 깡그리 바라보며 바람 부른다

기뻐라

기뻐 어쩔 줄 몰라

어흥 호랑이 울음 운다

숨지 못해 젖어든 내 눈동자

열여섯 소년 그 시절의 그것

여기 백두 열여섯 봉우리에

내 핏줄 걸어 바라본다

내 몸의 여기저기

박힌 못들이

다 빠졌다

과연 장군봉 망천후 사이 날릴 듯 날릴 듯 날릴 듯

세찬 멍석바람에 휩쓸리매

내 조국 전체를 바라본다

소백 간백을 본다

북포태 남포태 마천령을 본다

구름장 비껴

온 넋 드러내는 무슨 산 무슨 산들을 본다

그리하여

내 온 운명이 노래 된다 춤이 된다

내 허파도 지친 쓸개도 춤이 되고야 만다

저 칠보 낭림 묘향

저 구월

저 금강 일만이천봉

그리하여 외설악 내설악을 본다

저 문수사리 오대산

치악 월악

태백 소백을 본다

한 생의 지리산 천왕봉 노고단을 본다

바다 건너

내 자손의 조국 한라산의 아침을 본다

아니

수수천만 산들 산골짝들

수수천만 산과 들에 길을 내고 가는

어머니와 누이 강물들

수수천만 겨레붙이 피붙이 얼붙이

그 삶과 죽음을 본다

몇해 만인가

다시 백두산 정수리 새벽에 올라

몇해 만인가 속 깊이 우짖어

남김 없이

내 빈 발걸음 터벅터벅 내려간다

내려가

삼지연 백두영봉 그림자를 오롯이 맞이한다

아니 둘이 아닌

하나의 삶 그것을 낳고야 말

햇빛 부신 하루를 맞이한다

저 바다 가득히 해 진다

(백두산=공동취재단)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