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라 1백년 전 하나였던 것 1백50년 전 하나였던 것 아니 3백년 전 어느 먹밤 터무니에도 오로지 하나였던 것 1백년 후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1백년 전 1백년 후 이 사이 펄펄 살아난 지금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이대로 쪼개어진 절반짜리로는 더 이상 못살아 돌아쳐 못난 가시철망 조용히 걷어내어라 못난 내 마음 속 굳은 벽 녹여 거기 문 연 푸른 들녘이거라 오늘 새벽 4시 백두영봉 정수리에 꽂히듯 올라 내 조국 전체를 깡그리 바라보며 바람 부른다 기뻐라 기뻐 어쩔 줄 몰라 어흥 호랑이 울음 운다 숨지 못해 젖어든 내 눈동자 열여섯 소년 그 시절의 그것 여기 백두 열여섯 봉우리에 내 핏줄 걸어 바라본다 내 몸의 여기저기 박힌 못들이 다 빠졌다 과연 장군봉 망천후 사이 날릴 듯 날릴 듯 날릴 듯 세찬 멍석바람에 휩쓸리매 내 조국 전체를 바라본다 소백 간백을 본다 북포태 남포태 마천령을 본다 구름장 비껴 온 넋 드러내는 무슨 산 무슨 산들을 본다 그리하여 내 온 운명이 노래 된다 춤이 된다 내 허파도 지친 쓸개도 춤이 되고야 만다 저 칠보 낭림 묘향 저 구월 저 금강 일만이천봉 그리하여 외설악 내설악을 본다 저 문수사리 오대산 치악 월악 태백 소백을 본다 한 생의 지리산 천왕봉 노고단을 본다 바다 건너 내 자손의 조국 한라산의 아침을 본다 아니 수수천만 산들 산골짝들 수수천만 산과 들에 길을 내고 가는 어머니와 누이 강물들 수수천만 겨레붙이 피붙이 얼붙이 그 삶과 죽음을 본다 몇해 만인가 다시 백두산 정수리 새벽에 올라 몇해 만인가 속 깊이 우짖어 남김 없이 내 빈 발걸음 터벅터벅 내려간다 내려가 삼지연 백두영봉 그림자를 오롯이 맞이한다 아니 둘이 아닌 하나의 삶 그것을 낳고야 말 햇빛 부신 하루를 맞이한다 저 바다 가득히 해 진다 (백두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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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 ‘다시 백두산에서’ 전문 |
<다시 백두산에서>
- 고은
해 뜬다
이 삼천리 강산 모든 풀잎들 꽃잎 이슬들
아침 햇발 한 살 한 살에 눈 뜬다
물싸리꽃 곰치꽃
우정금꽃
기뻐라 1백년 전 하나였던 것 1백50년 전 하나였던 것 아니 3백년 전 어느 먹밤 터무니에도 오로지 하나였던 것 1백년 후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1백년 전 1백년 후 이 사이 펄펄 살아난 지금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이대로 쪼개어진 절반짜리로는 더 이상 못살아 돌아쳐 못난 가시철망 조용히 걷어내어라 못난 내 마음 속 굳은 벽 녹여 거기 문 연 푸른 들녘이거라 오늘 새벽 4시 백두영봉 정수리에 꽂히듯 올라 내 조국 전체를 깡그리 바라보며 바람 부른다 기뻐라 기뻐 어쩔 줄 몰라 어흥 호랑이 울음 운다 숨지 못해 젖어든 내 눈동자 열여섯 소년 그 시절의 그것 여기 백두 열여섯 봉우리에 내 핏줄 걸어 바라본다 내 몸의 여기저기 박힌 못들이 다 빠졌다 과연 장군봉 망천후 사이 날릴 듯 날릴 듯 날릴 듯 세찬 멍석바람에 휩쓸리매 내 조국 전체를 바라본다 소백 간백을 본다 북포태 남포태 마천령을 본다 구름장 비껴 온 넋 드러내는 무슨 산 무슨 산들을 본다 그리하여 내 온 운명이 노래 된다 춤이 된다 내 허파도 지친 쓸개도 춤이 되고야 만다 저 칠보 낭림 묘향 저 구월 저 금강 일만이천봉 그리하여 외설악 내설악을 본다 저 문수사리 오대산 치악 월악 태백 소백을 본다 한 생의 지리산 천왕봉 노고단을 본다 바다 건너 내 자손의 조국 한라산의 아침을 본다 아니 수수천만 산들 산골짝들 수수천만 산과 들에 길을 내고 가는 어머니와 누이 강물들 수수천만 겨레붙이 피붙이 얼붙이 그 삶과 죽음을 본다 몇해 만인가 다시 백두산 정수리 새벽에 올라 몇해 만인가 속 깊이 우짖어 남김 없이 내 빈 발걸음 터벅터벅 내려간다 내려가 삼지연 백두영봉 그림자를 오롯이 맞이한다 아니 둘이 아닌 하나의 삶 그것을 낳고야 말 햇빛 부신 하루를 맞이한다 저 바다 가득히 해 진다 (백두산=공동취재단)
기뻐라 1백년 전 하나였던 것 1백50년 전 하나였던 것 아니 3백년 전 어느 먹밤 터무니에도 오로지 하나였던 것 1백년 후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1백년 전 1백년 후 이 사이 펄펄 살아난 지금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이대로 쪼개어진 절반짜리로는 더 이상 못살아 돌아쳐 못난 가시철망 조용히 걷어내어라 못난 내 마음 속 굳은 벽 녹여 거기 문 연 푸른 들녘이거라 오늘 새벽 4시 백두영봉 정수리에 꽂히듯 올라 내 조국 전체를 깡그리 바라보며 바람 부른다 기뻐라 기뻐 어쩔 줄 몰라 어흥 호랑이 울음 운다 숨지 못해 젖어든 내 눈동자 열여섯 소년 그 시절의 그것 여기 백두 열여섯 봉우리에 내 핏줄 걸어 바라본다 내 몸의 여기저기 박힌 못들이 다 빠졌다 과연 장군봉 망천후 사이 날릴 듯 날릴 듯 날릴 듯 세찬 멍석바람에 휩쓸리매 내 조국 전체를 바라본다 소백 간백을 본다 북포태 남포태 마천령을 본다 구름장 비껴 온 넋 드러내는 무슨 산 무슨 산들을 본다 그리하여 내 온 운명이 노래 된다 춤이 된다 내 허파도 지친 쓸개도 춤이 되고야 만다 저 칠보 낭림 묘향 저 구월 저 금강 일만이천봉 그리하여 외설악 내설악을 본다 저 문수사리 오대산 치악 월악 태백 소백을 본다 한 생의 지리산 천왕봉 노고단을 본다 바다 건너 내 자손의 조국 한라산의 아침을 본다 아니 수수천만 산들 산골짝들 수수천만 산과 들에 길을 내고 가는 어머니와 누이 강물들 수수천만 겨레붙이 피붙이 얼붙이 그 삶과 죽음을 본다 몇해 만인가 다시 백두산 정수리 새벽에 올라 몇해 만인가 속 깊이 우짖어 남김 없이 내 빈 발걸음 터벅터벅 내려간다 내려가 삼지연 백두영봉 그림자를 오롯이 맞이한다 아니 둘이 아닌 하나의 삶 그것을 낳고야 말 햇빛 부신 하루를 맞이한다 저 바다 가득히 해 진다 (백두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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