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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3 21:28 수정 : 2005.07.23 21:29

'6.15 민족작가대회'의 성사와 성취는 '통일문학'을 향한 남과 북 작가들의 열정과 역량, 그리고 그 가능성을 문학 안에서 확인하고 그 바깥으로 과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북 문학교류의 이번 첫 걸음은 1945년 '전국문학인대회' 좌절 이후, 배밀이 수준에 머물러 온 그 질곡의 세월에 견주어 가히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나아가야 할 길의 험난함을 염두에 둔다면 어렵사리 내디딘 첫 발이라 해야 마땅하다.

우선 이번 행사는 남과 북 200여 명의 작가가 한 자리에 모여 문학과 통일을 이야기하고 함께 기댈 어깨를 주었다는 사실 자체로 뿌듯하다.

남북 작가들의 합의 3개항(6.15민족작가협회 구성.기관지 발간.6.15통일문학상 제정)은 이같은 성과를 보다 우람한 결실로 키워가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양측 작가들은 또 5박6일간의 공식 비공식 행사를 통해 모국어로, 문학으로 해방 60년, 분단 52년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나갔다. "격의 없이 나누는 한 두 마디의 농담과 꾸밈없는 웃음들이 그 어떤 공식적인 합의보다 깊고 넓은 문학적 의미일 것"이라던 한 참가자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20일 저녁 열린 본대회에서 백낙청 남측 상임대표는 명예손님 축사를 통해 "지금 이 자리에는 우리 민족의 생활과 감정을 노래하고 표현하는 문학인들의 분단의 엄중한 경계를 지우고 함께 앉아 있다"며 "분단에 길들여온 작가들이 상상력을 복원하고 치유해 창조적 성숙의 차원에서 민족적 정서를 쇄신하고 통합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변수는 접어두더라도 '통일문학'의 앞길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대회 성사 자체에서 찾아달라"는 우리측 대표단의 조심스런 평가도 여러 고민과 우려 끝에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김형수 남측 집행위원장은 "이번에 채택된 공동선언문은 남북 문학인들의 목표일 뿐"이라며 "언제, 어떤 형태로 이번 합의가 실행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협회의 정관과 조직구성, 문학상의 운영 및 재원마련 방안 등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벌여야 할 북측과의 지난한 줄다리기를 염두에 둔 말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하고 궁극적인 과제는 남북 문학인들의 통일과 문학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일이다. 서로가 하나의 모국어로 '문학'과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문학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양측의 기준과 기대가 다르고, 통일의 성격과 지향을 두고도 현격한 간극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는 "이번 성과를 발판삼아 서로의 작품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 은근하고 끈기 있게, 명실공히 문학적으로 서로에게 삼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남측 대회장인 고은 시인은 1989년 3월에 무산된 남북작가대회를 언급하며 "역사는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고 문학은 반드시 시대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평양.백두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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