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양자접촉등 발빠른 행보…북-미관계 정상화 심혈
제4차 6자 회담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북쪽 대표단은 발빠르게 미국과의 양자접촉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날 북-미 양자접촉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북한이 최근 외무성 담화 등을 통해 ‘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이에 관한 논의도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회담의 최대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온 ‘6자 회담의 핵군축 회담화’ 주장 대신, 북-미 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 평화체제 구축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회담 개막을 앞두고 북한의 입장에 긍정적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면 핵 문제의 근원인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사라지게 돼, 북한 역시 대미 억지력 차원의 핵 보유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다는 논리를 전개한 바 있다. 외무성은 이날 담화에서 “평화체제 수립은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노정”이라며 “평화체제 수립과정이 성과적으로 추진되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과정도 결정적으로 추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6자 회담 참가국의 기조연설이 예정된 27일이 정전협정 체결일이기 때문에, 담화가 이를 배경으로 한 원론적인 문제제기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1953년 7월27일 정전 이래 “정전협정은 평화를 보장할 수 없는 빈 종잇장에 불과하다”며, 평화협정 체결의 중요성을 되풀이해 강조해 왔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외무성 담화 외에도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역시 이번 회담을 북-미 관계 정상화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22일 “미국이 조선과 공존하려는 방향에서 정책을 전환한다면 조선의 최고영도자는 대담하게 결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한국 ‘주도적 역할’ 치밀한 준비
회담진행·동향파악·돌발대기·보고 4개조 편성…반 외교와 핫라인
북 자극 우려 숙소도 미·일과 다른 곳에 이번 4차 6자 회담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임한 한국 대표단이 그에 걸맞게 치밀한 행보를 하고 있다. 대표단을 △회담진행조 △각국 동향파악조 △돌발상황 대기조 △보고조 등 4개조로 나눠, 마치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베이징 현지에서 숙소를 정하는 데도 서울의 낙점을 구할 정도로 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회담진행조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조태용 북핵기획단장을 중심으로 매일 도상회의를 열어가며, 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도 이미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동향파악조는 회담에 앞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관련국들의 양자협의 결과를 수집·분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토대로 회담 전략을 점검하는 과정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돌발상황 대기조는 회담 중간에 돌출하는 상황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 24시간 비상체제로 움직인다.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경우 곧바로 파장을 진단하고 대응책을 내놓는다. 지난 2차 회담에서 북한이 밤늦게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고조는 매일 이뤄지는 협의 결과를 정리해 외교부 본부에 전하는 임무를 맡는다. 업무가 주로 밤에 몰리기 때문에 대표단에선 가장 고역으로 통한다. 보고조는 회담 기간 중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하고 인도를 방문하는 반기문 장관과 핫라인을 유지한다. 긴급하거나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면 회담 중이라도 곧바로 보고하라는 특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이들과 별도의 보고체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단은 숙소를 정하는 데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한국 대표단은 2차와 3차 회담에선 미국·일본 대표단과 함께 국제구락부(세인트레지스호텔)에 묵었으나, 이번엔 중국대반점에 여장을 풀었다. 한·미·일이 한 호텔에 묵을 경우 세 나라가 공조해 북한을 압박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게 회담장 안팎의 관측이다. 정부는 6자 회담이 열리지 않자 한·미·일 고위급 협의를 한동안 미룬 바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애초 한국 대표단 숙소로 국제구락부와 중국대반점 두 곳을 추천했으나, 외교부가 중국대반점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유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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