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성취할 수 있는 최종목표를 먼저 합의하게 되면 그 이행 절차를 위한 논의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이날 개막 인사말에서 "북측으로서는 핵을 포기하고 다른 국가들은 관계정상화와 안전보장을 분명히 약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목표를 제시한 뒤 "회담의 초점은 여기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대표단은 이를 위해 미국과 보조를 맞춰 회담의 방향타를 잡아나가면서 북미간에 간극을 줄이기 위한 `메신저' 역할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회담 성사과정에서 남븍화 채널의 유용성이 확인된 만큼 북한 대표단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유도픈 한편, 200만kW 대북 송전계획을 적극 활용해 북핵 폐기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 적극성으로 기대치 높인 미국 =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잡고 그 방법으로는 `동결 대 보상' 원칙을 활용, 이번 회담을 본격적인 협상의 장으로 만들어 진전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이끄는 미 대표단은 24일 베이징에 도착, 중국측과 만찬을 함께 한 뒤 25일 오후 곧바로 북한 대표단과 1시간 넘게 회담 전 협의를 가진 것은 이런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픈 대목이다. 특히 북한이 강하게 희망해 온 양자회담에 부응, 6자 회담장 안팎에서 북미 양자접촉을 자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협상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농축 웁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적보다는 `모든 핵 프로그램'이라는 신축적인 표현을 활용픈 등 유연성도 발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회담 목표의 합의를 통해 출구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접근법에서도 우리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날 개막식 연설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기타 각 측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관한 상응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안전문제를 위한 준비는 물론 에너지문제를 처리할 준비도 돼 있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 한반도 비핵화 목표 재확인한 북한 = 북한 대표단은 22일 이번 회담 참가국 가운데 가장 빨리 베이징에 도착, 24일 한국, 25일 미국, 러시아 등 주요 참가국과 사전 접촉을 마쳤다. 중국과는 비공개로 양자협의를 가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 대표단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선핵포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하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틀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한 점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된다. 실제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개막식 인사에서 "회담 개최 자체도 중요하지만 근본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당사자들의 정치적 의지와 전략적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남북접촉을 자주 갖자는데 합의하고 미국과 양자협의에서도 자주 만나 간극을 줄여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의 `중대제안'에 대해서는 그 유용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핵폐기의 결정적인 동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체제안전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비핵화 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룩하겠다는 논리를 펴며 앞으로 핵군축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담장 안팎의 관측이다. ◇ 상황악화 방지 주력픈 중국 = 회담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북한 등 주요 당사자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는 나라다. 이미 공동의 목표가 된 한반도 비핵화에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보이며 북한과 `특수관계'는 물론 한국, 미국 등의 입장도 감안, `중간자'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의 기본 입장은 더이상 상황이 악화될 경우 동북아시아 평화에 악영향이 불가피핵는 인식 아래 우선 안정적인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영구적인 안정에 목표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길을 가려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야 한다. 그래야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한 것은 목적지까지 단계적이고 착실한 접근이 필요핵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성과 없는 회담 폐막에 강한 부담을 갖고 이번에 참가국들과의 수시 접촉을 통해 형식보다는 실리를 중시한 회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 외교부장도 "과거에 있었던 내용에 기초해 서로 이해하고 구동존이(:같은 것을 추구하고 다른 것은 그대로 둔다는 뜻)의 정신을 유지하자"고 밝혀 효율적인 회담 진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납치에 미사일까지 부각한 일본 =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3자 고위급협의 등을 통해 호흡을 맞춰 왔지만 자국내 정치와 여론을 내세워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을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으려고 끈질지게 시도하고 있다. 일본 수석대표는 이날 개막 인사말에서 일.북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뒤 이를 위해 "미사일과 납치 등 현안에 있어서 북한이 그 문제 해결에 정치적인 태도를 갖고 이번 회담에서 각측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는 1∼3차 회담 때도 기조연설에서 납치문제를 언급한 연장선에서 6자회담장을 북한과의 현안을 푸는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는 미사일 문제까지 곁들여 협상 테이블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납치문제에 대해 북.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미 다 해결된 일"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모처럼 열린 이번 회담의 분위기를 깨는 악재로 작용할 수 우려가 적지 않다. 다른 참가국들이 북핵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며 일측 입장에 `무시 전략'을 펼칠 경우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참가국의 경우 핵 문제를 먼저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납치문제도 논의할 수 있는 북.일 관계 정상화의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평화적 해결 `보조역' 러시아 = 북핵 문제 해결에서 러시아의 역할과 입지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북한과 `돈독한' 관계를 이용, 회담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입장도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것인 만큼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자리가 될 이번 회담에 힘을 실어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는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원칙과 메커니즘을 현실화하고 이를 이번 회담에서 공동문건이라는 형식의 틀에 담아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측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도 개막식 인사말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 목표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역시 한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납치자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의 중대제안에 앞서 3년간 이뤄질 대북 중유 제공 동참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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