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8 18:28
수정 : 2005.07.28 19:04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대화
“회의실 뿐 아니라 로비에서도 하고, 화장실에서도 만나면 한다.”
6자 회담이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 조어대(댜오위타이) 방비원(팡페이위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양자접촉으로 분주하다. 전체회의장 구석 소파에서, 어떤 때는 탁자도 없이 만나는 것만으로 뉴스가 되던 지난 3차 회담 당시와는 천양지차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수석대표 뿐 아니라 차석과 대표단원들끼리도 수시로 양자협의를 하는데, 특히 한-미 대표단이 문을 열어 놓고 협의를 하고 있으면 다른 나라 대표단이 문 틈으로 기웃거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회의장인 방비원 건물에서 한가한 곳은 1층 전체회의장 뿐이다. 전체회의가 열리는 6각형 탁자는 지난 27일 오전 기조연설 이후 앉을 일이 없다.
개막일인 26일까지만 해도 사전 약속을 하고 회의실도 미리 준비하는 등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이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 접촉이 이뤄지다보니 ‘일정’이란 말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북-일은 썰렁한 듯하다. 한 관계자는 ”북한은 일본을 대할 때 건성으로 대한다. 그냥 6자 회담 대표니까…”라고 말했다.
회담 과정에서 각 나라가 끼리끼리의 말을 쓰는 것도 이런 어울림에서 생긴 현상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바구니’다. 북한과 미국은 기조연설에서 똑같이 공동합의를 이 말에 빗댔다. 한국 대표단도 자주 쓰는 말이다. 또, 미국은 북한이 3차 회담에 내놓았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란 용어를 이번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미국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런 용어들을 ‘렉시컨(lexicon)’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렉시컨은 그리스어·헤브라이어 등의 고전어 사전 또는 특정 작가나 작품의 어휘를 정리·해설한 사전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6자 회담 안에서야 해석이 가능한 용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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