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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7 14:33 수정 : 2005.08.07 14:34

제4차 6자회담이 일단 '휴회'라는 결론을 내기는 했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의 장래는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이번 회담 기간 쟁점사항은 구체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요구하는 핵폐기 범위와 관련된 문제로 나타났다.

중국이 4차초안을 내놓고 참가국들이 이 초안에 동의하는 가운데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우리는 비핵화를 하자는 것이지만 평화적 핵활동의 권리는 갖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상은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평화적 핵활동을 하는데 왜 우리만 할 수 없겠느냐"며 "우리가 패전국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못하게 하고있다"고 항변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 회담 기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그 어떤 핵활동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북한이 북-미기본합의에도 불구하고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무기 개발계획을 추진한 의혹이 있는 만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요구와 주장은 오히려 NPT체제에 부합하는 것.

NPT규정은 핵무기 비보유를 전제로 에너지 등 평화적인 목적의 핵개발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집어 보면 미국은 대북불신에 기초해 국제적 합의에 근거한 북한의 핵이용권이라는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또 평화적 핵이용 권리가 반드시 NPT 가입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NPT에 가입을 하면 사찰 의무를 지는 동시에 IAEA 등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평화적 핵이용을 증진시킬 수 있게 되지만 여기에 가입을 하지 않고도 각국은 자체적으로 핵무기와 원자력발전 등 핵개발을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이 세계적 차원의 핵질서에 대해 보여주는 '자의적' 태도는 사실상 NPT체제의 붕괴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평화적 핵이용권 불인정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선 지난 5월 뉴욕에서 열린 NPT평가회의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는 핵보유질서에서도 일방주의를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의에서 핵무기 비보유국들은 미국 등 핵무기 보유국들이 기존의 핵무기 군축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핵무기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조약 등 문서로 확약할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 등의 반대 속에 이뤄지지 못했다.

또 미국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발효와 핵무기 제조물질의 생산금지 조약 마련 등 1995년과 2000년 평가회의 때 채택됐던 핵무기 감축 공약을 최종문서에 포함시키는 데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보여주는 핵문제에 대한 이중잣대는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는 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차 6자회담 시작 직전 미국이 인도와 체결한 핵협력 공동성명은 '인도가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동등한 혜택과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선언하고 인도에 핵기술과 장비를 판매키로 했다.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성공해 NPT질서를 훼손해 온 인도에 대해 미국이 이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대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핵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태도 역시 핵무기 비확산의 기준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러시아는 이란에 대해 핵물질과 기술을 공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원자력발전소 공급 의사를 밝히고 있어 미국의 이중기준은 핵무기 보유국 사이에서도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유럽연합(EU)과 협상에서 평화적 핵이용에 대해서는 일단 합의를 봤으며 핵연료의 이란 내 자체생산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NPT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자국 이익에 따라 핵이용권에 대한 이중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핵무기 비보유국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를 관리해 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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