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연변일보에 따르면 사진전에서는 리씨가 1999년부터 연변과 용정 일대를 다니며 렌즈에 담은 항일 참전용사들의 가슴아픈 상처와 오늘의 사는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리씨는 7년 간 오토바이를 타고 연변의 4개 현과 26개 향.진, 79개 마을 500여 명의 조선족 노인들을 만나 이민사를 듣고 문화재를 수집하면서 사진 촬영을 했다. 촬영한 필름만도 1천 통에 달한다.
그는 100만 자에 달하는 7년 간의 답사 기록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리씨가 조선족의 역사와 삶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9년 10월25일. 사진작가 황범송씨를 따라 우연히 왕청현의 한 마을에 갔을 때 노인들로부터 이 마을이 1935년 3월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200세대 농민이 끌려온 이민 마을이라는 증언을 들은 뒤부터였다.
그는 이 마을에 대한 역사적 진실이 조명되거나 연구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길로 사진촬영에 나섰다. 오토바이를 타고 그가 다닌 거리만 해도 3만km에 달한다.
리씨는 촬영을 위해 수많은 책과 씨름했고, 박창욱 교수를 비롯한 역사학자를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았다.
용정시 문화관 관장 자리를 그만두고 촬영을 시작한 그는 일본에 있는 아들을 설득해 모든 작업비를 대도록 했다.
"처음 출사를 나갔을 때 노인들로부터 냉대를 받기도 했지만 취지를 설명하자 몇 십 년 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얘기를 서슴지 않고 들려줬다."
리씨는 노인들을 찾아가 함께 먹고 자고 일하면서 피눈물의 이민사, 개척사, 투쟁사, 창업사를 들었고, 사진과 비디오를 촬영했다.
답사 기록에는 일제의 감언이설에 속아 고향을 등지고 두만강을 건너던 눈물겨운 이민 이야기, 영양실조와 전염병으로 두 집 식구 15명이 일주일 사이에 몰살하던 참사이야기, 일제 경찰들과 맞서 항일 연군에 식량을 날라주던 항일투쟁사 등 생생한 이민사가 기록돼 있다.
지린성 둔화현 출생인 리씨는 서울과 평택에서 사진전을 열었으며 사진집 `장백산 야생동식물'(1995년)을 출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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