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협상카드 시사…파문 미미할듯
북한이 ‘비공식·간접 화법의 형태’로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면서 미국을 압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커트 웰던 하원 군사위부위원장은 19일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 의원단에게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가라고 선언하면서 (그러나) 이것은 방어용일 뿐이며 북한은 핵무기를 영원히 보유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웰던 의원은 5명의 민주·공화 하원의원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웰던 의원은 또 김 부상에 앞서 만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예에서 우리(북한)가 깨달은 것은 핵무기를 보유할 때에야 비로소 외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웰던 의원은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계속할 뜻이 없으며 미국과 우방으로 지낼 날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북한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들은 북한이 핵보유를 전제로 그 포기를 협상카드로 내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제네바 협상 때와는 달리 이제 북핵 협상은 북한의 핵 개발이나 보유 의혹을 규명하고 금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북핵의 폐기를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국 또는 미국이 내놓은 6자회담의 협상안은 핵폐기를 목표로 두고 그 과정을 구체화해 놓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그 자체로는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적 조처로서 ‘핵 억제력’의 확보를 정당한 것으로 주장해 왔으며,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 단계에서 핵실험만을 남겨 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예컨대 2004년 4월13일치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아시아국가 관리들이 아시아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5년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안내로 방문한 한 지하 비밀시설에서 ‘핵무기 장치’ 3개를 봤다는 진술의 비밀정보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으며, 이보다 앞서 북한은 2004년 1월6일 영변 핵시설단지를 둘러본 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인 핵커 박사 일행에게 북한의 핵억제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병에 담긴 플루토늄 물질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핵무기 보유국 발언의 당사자가 6자회담의 북한쪽 수석대표인데다, 이제 남은 수순은 북한이 성명이나 정부 대변인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발표하거나 핵무기 실험을 감행하는 것 밖에 없다. 북핵 문제는 ‘금지선’을 넘기 직전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대치국면에까지 와 있는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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