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결정따라 북쪽이 요청 김기남 단장등 당국·민간 30여명 ‘헌화’
해방 60돌을 기념해 오는 14∼17일 서울에서 열리는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할 북쪽 대표단이 분단사상 처음으로 남쪽의 국립묘지인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북쪽은 지난 5일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8·15 남북공동행사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국립현충원 방문 의향을 전달하고 의례절차를 물어왔다”며 “북쪽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방문이 민족의 불행했던 과거와 상처를 치유하고, 남북의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해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9일 북쪽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쪽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기로 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북쪽 대표단이 14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해, 공식 참배행사를 하기로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배는 6·25 전사자 위패와 무명용사 유골이 봉안된 현충탑에서 김기남 북쪽 당국 대표단장 등 30여명의 당국·민간대표들이 한국을 찾는 외국의 여느 공식 사절과 마찬가지로 헌화와 묵념을 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충원은 지난 1955년 북한 인민군과의 전투에서 사망한 군경과 여수순천사건 등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안치하기 위해 만든 국군묘지에서 출발한 곳으로, 북쪽의 이번 공식 참배 의사는 매우 강력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쪽이 어떤 사전논의나 전제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우리 쪽에 국립현충원 참배 의사를 먼저 전달해 온 것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참배는 불행했던 과거와 상처를 함께 치유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족대축전 남쪽 준비위원회(상임대표 백낙청)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국립현충원은 분단체제의 비극이 상징적으로 집약된 장소이며, 순국선열들의 영혼을 모시고 있는 성스러운 장소”라며 “북쪽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는 지난 60년 동안 전개된 남북 대결과 반목의 세월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온 국민과 함께 뜨거운 마음으로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쪽은 이번 대축전에 김기남 단장이 이끄는 17명의 당국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통일부가 이날 밝혔다. 당국 대표단에는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의 대표와 림동옥 조평통 부위원장 등 3명의 자문위원, 지원인력이 포함돼 있다. 또 함께 오는 민간 대표단은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을 단장으로, 각 부문별 대표 100명과 통일 축구경기에 참가하는 남녀 선수단 65명 등 모두 165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손자인 작가 홍석중씨가 북쪽 준비위원 자격으로 남녘 땅을 처음 밟게 됐으며, 김정호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장과 성자립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등 고위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남쪽 당국 대표단은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 등 12명의 대표로 구성되며, 임동원·박재규·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고문 등 6·15 민족통일대축전 때 평양을 방문했던 인사들이 자문단으로 참여한다. 강태호 정인환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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