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은 오전 8시와 10시, 오후 2시와 4시에 예정돼 있었으나, 일부 10시 상봉자들도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오전 7시부터 상봉장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0..본격적인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앞서 오전 7시43분부터는 한완상 한적 총재와 장재언 북측 조선적십자회 위원장의 화상 대화가 10분 가량 이뤄졌다.
화상상봉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서로 교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광케이블망으로 대화를 하던 중간에 통신상태 불량으로 약 3∼4분간 대화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해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사고는 북측 상봉장의 조명 케이블을 조작자가 잘못 건드려 조명이 꺼지면서 일시적으로 화면이 끊어지면서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한적측은 설명했다.
0..오전 8시 상봉을 시작한 남측의 김매녀 할머니는 작년에 갑작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입원한 상태에서 구급차를 탄 채 상봉장을 찾았다.
김 할머니는 휠체어에 의존해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서 가까스로 상봉장에 들어섰으나 북측의 딸을 보고서도 전혀 알아보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김 할머니는 상봉 내내 힘들어 했으며, 생전에 마지막일 지도 모를 딸과의 만남을 성사시켜 보려고 한적 자원봉사자와 가족들이 김 할머니의 얼굴을 가볍게 치며 화면을 향해 "딸이예요. 딸"이라고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아무 말도 못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4명이 상봉장에 비상 대기하며 상봉 중간 중간에 할머니의 상태를 체크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아쉬운 상봉을 마친 뒤 다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0..5평 안팎의 개별 상봉장에는 재북 가족을 만나기 위해 3∼5명의 가족들이 들어갔으나 미처 들어가지 못한 가족들은 문앞 유리를 통해 안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이들은 TV 모니터를 정중앙으로 한 상봉장 내부를 미리 준비한 캠코더에 담으며 직접 대화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0..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오전 8시20분께 상봉장을 찾아 대기하던 가족들을 격려하고 일일이 손을 잡고 사연을 물어보는 등 이산가족들을 배려했다.
정 장관은 화상상봉의 장점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혈육의 손 한 번 만져보지 못한다는 한계를 생각한 듯 "화상상봉에 그치지 않고 대면상봉으로 이어져야 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완상 한적 총재도 이날 아침 일찍 장재언 위원장과의 화상대화 이후에도 이산가족 상봉장과 대기실, 상황실을 오가며 이산가족들과 관계자들을 격려하는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0..1시간30분여의 화상상봉을 끝낸 남측 가족들은 상봉장을 떠나기 앞서 화상상봉에 대한 소감과 건의문을 작성해 한적측에 제출했다.
한적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앞으로 화상상봉을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0..개별 상봉장에 입장할 수 있는 남측 상봉단 숫자를 두고 이날 아침까지 남북 당국은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1∼2명 정도만 참석하는 북측에 비해 우리측이 더 많은 수가 배정되자 북측이 뒤늦게 줄여달라고 요청했던 것.
하지만 통일부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상봉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밀어부쳐 우리측 요구를 관철했다는 후문이다.
남측에서는 상봉자 20명과 그 동반가족 57명이 재북 가족 50명을, 북측에서는 상봉자 20명이 남측 가족 79명을 각각 상봉, 전체 인원은 22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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