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가 모시겠습니다. 통일의 날까지 오래오래 사시라요...”
휠체어에 의지해 제주도에서 올라온 김경화(93) 할머니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 현호남씨와 산옥씨가 45년만에 TV 화면에 나타나자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호남씨와 산옥씨는 1960년께 일본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이후 소식이 두절됐다. 제주도에 있던 가족들은 이들 남매가 북한에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할머니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화상상봉 소식을 듣고도 "진짜 볼 수 있는 거냐. 거짓은 아니냐"며 반신반의 했다는 것의 가족들의 전언이다. 김 할머니는 북녘의 아들 호남씨가 "어머니 저 잘 보이십니까"라고 묻자 "보이긴 보이는데 눈이 어두워서 확실히 보이질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북녘의 딸 산옥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만 알았다"며 "제가 모실 테니 통일의 날까지 오래 오래 사시라"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훔쳤다. 산옥씨는 또 "미국놈은 왜 안나가는거야. 빨리 내보내라우. 빨리 내보내구 우리 (남녘에) 갑시다"라고 말해 가족들의 생이별을 `외세'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산옥씨는 남측 가족들이 사망한 줄 알고 제사를 지내왔다고 하자 "그래서 우리가 오래 살고 있다. 고맙다"며 너스레를 떨어 가족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6.25 전쟁때 서울에서 가족들과 헤어진 북녘의 리명인(77) 옹도 동생 정숙(63)씨 등 남측 가족들을 보자마다 손바닥으로 탁자를 연거푸 내리치면서 "꿈이냐, 생시냐.."를 연발했다.리 옹은 또 남측 가족들이 이미 고인이 된 부모님의 사진을 꺼내자 또 다시 "맞았다"라는 말과 함께 탁자를 치면서 어디에 안장을 했는지, 유언을 남기시지는 않았는 지 등을 물었다. 그는 이어 북녘에 있는 자신으로 인해 남쪽 가족들이 빨갱이로 몰리고 사형까지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게 사실이냐고 물어 남측 가족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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