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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5 16:05 수정 : 2005.08.15 16:09

1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한적십자사 대전.충남지사의 화상상봉장에서는 오전에 이어 남측 두 가족이 50여년전 헤어진 형제들을 만나는 감격을 맛봤다.

이날 오전 11시께 적십자사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상봉장에 들어선 김명자(68.여).형화(65)씨 남매는 55년전 한국전쟁으로 생이별한 맏형 형태(74)씨를 만났다.

한국전쟁이 터진 1950년 여름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집에서 5남1녀 중 장남인 형태씨가 갑자기 행방을 감췄고 이후 가족들은 장남의 소식이 없자 살아있을 거란 생각을 못하고 제사를 지내왔었다.

김명자씨가 "19살였던 오빠를 흰 머리의 74살 할아버지 모습으로 보게 됐다"며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자 오빠 형태씨는 "통일돼서 다음에 꼭 만날수 있을 때까지 건강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막내 형화씨는 "어렸을 때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근처 논으로 업고가 함께 우렁을 잡던 모습이 기억나느냐"며 10살짜리 손녀 등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2장을 형태씨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죽은 줄만 알았던 형을 볼줄이야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며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

오후 4시에도 황명구(72).용구(64) 형제가 한국전쟁 이후 화면으로나마 처음으로 큰형 봉구(76)씨와 상봉해 뜨거운 형제애를 나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두달 뒤인 1950년 8월의 어느날 충북 제천시 봉양면 집에 있던 봉구씨는 자신을 부르는 한 청년의 소리를 듣고 밖에 나갔다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막내 용구씨의 기억에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가족 모두가 집에서 자고 있던 저녁으로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지만 이후 큰형과 이토록 긴 이별을 하게 될줄 차마 몰랐다고 한다.

용구씨는 "한국전쟁 때 큰형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어 설마 살아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화상으로라도 보게돼 정말 다행이고 그동안 형을 적극적으로 찾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흰 모시옷을 입고 아내 이재희(75)씨 손을 잡고 상봉장을 찾은 명구씨는 "큰형의 생사를 확인하게 돼 정말 기쁘고 얼른 호적을 새로 만들어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특히 20여년전 돌아가신 부모님의 흑백 사진을 보여주며 "세월이 흘러 형님이 나를 알아보지 못해도 아버지.어머니의 생전 모습은 기억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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