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탓에 대부분 오누이 상봉
분단과 한국전쟁 이후 남북으로 헤어졌던 이산가족들이 화상을 통해 첫 상봉을 한 15일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모두 4가족이 50여년 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의 얼굴을 접했다. 애초 화상상봉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북쪽의 가족을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훨씬 이른 시간부터 대구시 중구 달성동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마련된 상봉장에 도착해 순서를 기다렸다. 특히 서로 헤어진 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인지 부모-자식 간의 만남보다는 형제간의 만남이 대부분이었던 이날 만남에서 남북의 오누이들은 수십년전의 추억을 되살리며 '눈물바다'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또 남쪽의 가족들은 북의 형제.친지가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직접 얼굴을 접하지 못하는 것과 부모와 다른 형제들이 세상을 등진 탓에 함께 자리를 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대구에서는 가장 먼저 북쪽의 가족을 만난 이련화(82.여.경기도 이천시)씨는 북쪽의 남동생 리갑용(76)씨와 55년만에 처음 이야기를 나누며 연방 눈물을 흘렸다. 이어 한국전쟁 당시 실종됐던 오빠 김경식(73)씨를 화면으로 만난 김기복(68.여.경북 울진군 온정면)씨 오누이도 호적에 오른 이름이 아니라 어릴 적 집안에서 불렸던 이름을 부르며 서로가 같은 핏줄임을 확인했다. 특히 북측의 김경식씨는 오랜 북한 생활을 하면서도 억양이 강한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를 사용하며 고향이야기를 해 남쪽 가족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또 서울로 유학갔다 전쟁통에 실종됐던 남동생 손남수(74)씨를 만난 손옥이(80.여.경북 포항시)씨는 귀가 어두운데다 북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적십자사측이 장조카(65.여)를 추가로 상봉장에 들여보내기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55년간 눈물로 그리워했던 남동생 최윤(78)씨를 만난 최금안(85.여.강원도 원주시)씨는 상봉 시간 내내 눈물을 보였지만 건강한 동생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는 모습이었다. 그는 상봉이 끝난 뒤 "울음 소리와 눈물 때문에 50년 넘게 듣지 못했던 동생의 목소리와 모습을 제대로 듣거나 보지 못할까 울음을 참는다고 애를 먹었다"고 말해 이들이 헤어졌던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하기도 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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