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6 17:47
수정 : 2005.08.16 18:20
“우물물 먹을 때 우물 판 샌 기억”
`8.15 민족 대축전'에 참가 중인 북측대표단의 16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병문안은 방북 초청과 수락이 이뤄지고 6.15 정상회담의 의미가 여러차례 언급되는 등 30여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이뤄졌다.
북측 대표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안경호 북측 민간대표 단장 등 대표단 10여명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함께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입원실에 도착, 김 전 대통령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실에서 환자복 차림으로 이들을 맞았다.
김 단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김 전 대통령이 김대중 도서관에서 많은 활동을 하시고 외국을 다니시며 주요 사업을 하신다는 기별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원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상심이 크셨다"고 말문을 꺼냈다.
김 단장은 "허락한다면 꼭 병원을 방문하고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씀하셨다"며 병문안이 김 위원장의 뜻임을 강조했고, 김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특히 김 단장은 "우물물을 먹을 때 우물을 판 샌을 기억하듯이 6.15 공동선언이 나오게 한 역사적 공로를 우리 (북한) 인민들은 심장에서 지울 수 없다"며 "6.15 공동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착실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도 "6.15 공동선언이 남북이 협력하고 통일해 나가자는 약속이었다면 `8.15 민족 대축전'은 이를 실제로 전진시키는 중간도약의 계기"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화상상봉, 서해함선 핫라인 개설, 북한선박 제주해협 통과, 북측 대표단 현충원 방문과 국회 방문, 휴전선 선전물 제거 등 남북관계 6대 성과를 보고하자 "참 많은 기록을 세워 국민들이 좋아할 것"이라며 정 장관을 치하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방문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큰 결단을 하셨다"며 "통일의 흐름을 한발짝 전진시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김기남 비서와 림동옥 제1부부장, 안경호 북측 민간대표 단장 등은 번갈아가며 김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거듭 전달해 관심을 모았다.
김 비서는 김 전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좋은 계절에 평양에 오시라고 요청했는데 지금도 유효하다"며 "(남북정상회담차) 5년전에 오셨을 때 일을 하시느라 편히 쉬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오셔서 편히 쉬시라"고 방북 초청 의사를 재차 전했다.
김 비서는 환담을 마치고 일어서면서도 이희호 여사의 손을 잡고 "(김 전 대통령이) 완쾌돼 함께 평양에 오셨으면 한다"며 여러차례에 걸쳐 초청 의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대통령이 "좋은 시기에 연락드리고 가겠다"며 초청을 공식 수락한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시기와 방법은 여러 상황을 검토한 뒤 통일부를 통해 북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해 방북 시기가 상당히 빨라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더욱이 방북 추진 과정에서 정부측과의 협의 등을 통해 `국민의 정부 국정원 도청 공개' 파문이후 껄끄러웠던 전.현 정부간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에게 햇볕정책 3원칙, 3단계 통일원칙이 새겨진 볼펜을 선물했고 자신의 생애가 담긴 엽서세트를 함께 전달하면서 엽서사진의 내용을 북측 대표단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앞서 북측 대표단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를 지켜보던 일반 환자와 가족들은 "반갑습니다"라며 박수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김기남 비서는 잠시 멈춰 시민들과 악수하고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또 면담이 끝난 뒤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악수를 청하며 "기자동지들 수고하십시오"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환담을 마친 뒤 신장투석 치료를 받았으며 17일 오전 진찰결과를 보고 퇴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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