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9 20:07
수정 : 2005.08.29 20:07
북한 “김윤규와 쌓은 신뢰 허물었다” 불쾌감
현대그룹의 대북 관광사업에 이상기류가 감돌고 있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진을 문제 삼은 이번 북쪽의 관광객 축소 통보는, 현정은 회장의 직할체제에 대한 거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와 현대아산 안팎에서는 북한의 이번 조처를 뜻밖의 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김 부회장 문제로 대북사업이 난항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26일 개성 시범관광이 시작되면서 관광사업이 순항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북쪽의 결정에 대해선, 일단 고 정주영 명예회장 이후 2대에 걸쳐 현대의 대북사업 실무를 맡아온 김 부회장과 쌓아온 신뢰 관계를 일시에 허물어뜨리는 데 대해 불쾌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김 부회장 문제와 관련한 북쪽의 태도는 여러 군데서 감지돼왔다. 지난 26일 개성 시범관광에서 만난 북쪽 인사들은 “우리는 신의를 중하게 여기는데, (김 부회장을) 어떻게 박탈할 수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관광객 축소 방침이 상당한 윗선에서의 결정일 것이라는 점을 들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이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북쪽의 이런 ‘돌출 행동’이 장기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김 부회장의 퇴진이 그의 개인 비리 등 현대그룹 내부의 사규와 인사방침에 의해 결정된 것이고, 북쪽이 이를 문제 삼으면 삼을수록 그의 비리와 전횡은 공론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들은 땅투기 의혹과 건설공사 비리 그리고 친인척들에 대한 특혜 등 김 부회장의 개인비리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김 부회장을 두둔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북쪽 역시 의혹의 시선을 받게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처는 일시적인 ‘현정은 회장 길들이기’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북쪽이 어떤 추가 조처를 취할지가 파문의 확산을 가늠하게 될 관건이 될 것이다. 특히 다음달 2일과 7일 두 차례 남은 개성 시범관광과 9월 중으로 예정된 백두산 시범관광이 제대로 진행될지가 척도가 될 것이다. 현대아산은 “개성 시범관광은 예정대로 진행되며 백두산 시범관광도 금강산관광과 상관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자진 사퇴라는 점을 설명해 오해를 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 이용객이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현대아산이 첫 흑자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손실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은 99년 6월 관광객 민영미씨 억류사건으로 40여일간, 2003년 4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으로 60여일간, 그해 8월에는 정몽헌 회장 사망으로 일주일간 각각 중단된 바 있다. 홍대선 강태호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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