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3월 규정 채택해 친일파 청산 시작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표한 `친일인사' 명단과 관련, 선정기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 초기 친일청산 문제가 대두됐던 북한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을까.
북한지역에서는 광복 직후부터 친일청산에 나섰다.
광복 초기만 해도 광범위하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했다기보다는 일제 강점기 시기 억눌렸던 사람들에 의한 자연 발생적인 것이었다. 그러다가 1946년 2월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되면서 구체적 선정기준이 나타난다.
임시인민위원회는 1946년 3월 `친일파, 민족반역자에 대한 규정'을 채택, 친일문제를 척결해 나갔다.
15개 항으로 이뤄진 이 규정이 밝힌 친일파 기준은 헌병 하사관 이상, 경찰 경시(총경), 군사고등정치경찰로서 원한의 대상이 된 `악질분자' 및 밀정책임자.의식적 밀정행위자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민족을 팔아먹은 매국노 및 그 관계자 ▲귀족칭호 받은 자,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 및 고문.참의, 일본 국회 귀족원.중의원 의원 ▲`악질 고관'(조선총독부 국장 및 사무관, 도지사, 도사무관, 도참여관) ▲사상범 담임 판사.검사 ▲민족 및 계급해방운동 참가 민족운동자.혁명투사 학살 또는 박해자, 방조한 자 등이다.
또 ▲일제에 의해 임명된 도회의원 및 친일단체, 파쇼단체(일진회, 일심회, 록기연맹, 대의당, 방공단체 등) 간부 및 그에 관계한 악질분자 ▲군수산업 책임경영자 및 군수품 조달책임자로 악질적인 분자 ▲일제 행정.사법.경찰 기관과 관계를 맺고 만행을 감행해 원한의 대상으로 된 민간 악질분자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일제 행정.사법.경찰 부문 관.공리로 원한의 대상으로 된 악질분자 ▲황국신민화운동을 전개하며 지원병.학도병.징용.징병 제도 실시에 이론적, 정치적 지도자로서 의식적으로 행동한 악질분자 등도 친일파로 규정, 척결대상으로 삼았다.
이 규정은 그러나 부칙에 "이상의 조항에 해당한 자로서 현재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자와 건국사업을 적극 협력하는 자에 한해서는 그 죄상을 감면할 수도 있다"는 면책조항을 뒀다.
김일성 주석도 1945년 12월 민주청년단체가 주최한 모임에서 일제의 강압에 의해 그 밑에서 피동적으로 행동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일제기관에 복무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 인민을 탄압, 학살하는 것을 도와주고 일제의 식민지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한 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시인민위원회는 이 규정이 발표된 46년 3월 발표한 `20개조 정강'에 "조선의 정치.경제 생활에서 과거 일제통치에 온갖 잔재를 철저히 숙청할 것"이라는 점을 명시, 친일청산 의지를 나타냈다.
북한정권도 1948년 9월 수립과 함께 발표한 정부정강에서 "공화국 정부는 정치, 경제, 문화 생활에서 일제통치의 악독한 결과를 숙청하기 위해 온갖 필요한 대책을 취할 것이며, 조선인민의 이익을 배반하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한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을 공화국의 법령으로써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정권수립 이전부터 나선 친일청산 과정에서 토지개혁, 산업 국유화정책, 선거권.피선권거 박탈 등을 통해 친일파의 기반을 없애고 철저히 고립시켰다.
북한 최고의 역사서인 `조선전사'는 "토지개혁 결과 일제와 그 주구 및 조선인 지주, 계속적으로 소작을 주던 자들의 토지 100만325정보(1정보=3천평)가 무상으로 몰수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일파 척결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친일파가 기관과 단체의 간부나 `애국자'로 둔갑하기도 했던 것으로 북한자료는 기술하고 있다.
조선전사는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조직되기 전) 평안남도 양덕군 인민위원회 위원장 자리에는 과거 그 군에서 친일단체인 일진회 회장 노릇을 하던 자가 기어 들어 반혁명적 책동을 감행했으며 이와 비슷한 현상은 일부 다른 지방에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일성 주석은 1969년 10월 북한군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북반부에도 지난날 친일파, 친미파, 지주, 자본가의 잔여분자들과 간첩들이 있는데 그놈들은 적들을 지지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은 얼마 안된다"고 언급, 청산작업이 사실상 완료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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