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11일 판문점을 통해 UFL 훈련 일정을 통보받은 이틀 뒤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번 훈련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것을 시작으로 같은달 24일 외무성 대변인, 이달 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등이 차례로 나서 한.미 양측을 강력히 비난했다.
UFL 훈련은 북측의 반발을 초래함으로써 8월12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장성급회담 실무회담에서 차기 장성급 회담의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유는 6.15 통일대축전과 8.15 민족대축전 행사로 그 어느 때보다 화해 무드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6자 회담을 통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 상대방을 주적으로 상정한 군사훈련을 강행한 것은 한마디로 `신의없는 처사'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4일자 기명 논평에서 "북측 대표단이 8.15 민족대축전에서 UFL 훈련의 문제점을 제기했음에도 남조선 당국은 북측 대표단이 서울을 떠난 다음날 훈련 실시를 공식 발표했다"며 배신감을 표출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29일 외무성 대변인이 2단계 6자회담 개최 시기를 발표하면서 UFL 훈련을 거론, "미국은 우리의 얼굴에 침을 뱉는것과 같은 행위를 하였으며 회담 상대를 심히 모독하고 신의를 저버렸다"는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서도 읽혀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UFL 훈련이 1976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의례적인 훈련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은 이 훈련이 작전계획의 절차를 숙지하는 북침전쟁연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대북선제공격 전략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고 유사시 북한의 점령을 가상한 작전계획 5027-04, 북한 정권 붕괴를 목적으로 한 작전계획 5030 등을 수립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2004년 UFL 훈련에 작전계획 5027-04의 수행절차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3년에는 미 육군 신속기동여단 소속 `스트라이커부대'가 참가해 한반도 지형숙지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6자회담을 계기로 대미 유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위축된 북한 군부가 UFL 훈련을 계기로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8월27일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위험한 전쟁연습' 제목의 방송 물에서 "미국의 오만한 행위는 우리 군대로 하여금 미국과의 대화에 기대를 가질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 군부가 이번 훈련에 대해 상당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향후 한.미 합동군사훈련 혹은 한국국 자체의 단독 훈련을 중단시키려는 명분을 쌓으려는 목적에서 UFL 훈련에 대한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6자회담에 앞서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한 평화보장체제를 내세워 기선을 잡았던 북한은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 한.미 양국에 관철시키려는 정지작업의 일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반도비핵화선언 직후인 92년 1월7일 팀스피리트 훈련의 중단을 결정했으며 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이후 훈련을 완전 중단한 사례가 있다.
북한으로서는 평화보장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북.미 적대관계 청산의 시발점으로 상대방을 주적으로 가상한 모든 종류의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다음 타깃은 올 하반기 실시가 예정된 한국군 단독훈련인 `태극훈련'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라포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달 26일 미군 공보국(AFIS) 신문과 인터뷰에서도 최근까지 북한군이 사단급 이상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한.미 양측에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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