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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에서 열린 제4차 6자회담 개막식에서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왼쪽)와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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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속개되는 북핵 6자회담-전망
5주 휴회 뒤 37만에 재개…물밑협상 뒷걸음질
미 “해결했다고 생각했던 문제도 다시 거론될 듯”
북 “평화적 핵 이용권 포기 못해… 영변 원자로도”
양쪽 주고받기 균형점 찾을 경우 해법 나올 수도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속개한다. 지난달 7일 휴회에 들어갔으니, 꼭 37일 만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쟁점은 지난달 1단계 회의와 마찬가지다. 예측불허의 전망= 2단계 회의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 아래, 그 이행 방안으로 북한의 핵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 이른바 ‘두 개의 기둥’을 세우기 위한 ‘말 대 말’의 선언을 이끌어낸다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폐회일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정을 열어둔 것도 1단계 회의 때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이른바 1단계 회의가 ‘끝장 토론’이라며 타결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었다면, 이번 2단계 회의는 오히려 언제 끝날지가 불투명하다는 불확실성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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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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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회의는 1단계 회의의 마지막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은 1단계 회의 막판에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수로를 공동문건에 명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9일(현지시각) 워싱턴을 떠나기 전에 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해결했다고 생각했던 문제들도 거론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애초 기대와 달리, 지난 5주 동안의 휴회기간에 있었던 북-미 등 회담 당사국간의 절충이 회담의 진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도 “휴회 기간에 서류 위에서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마음 속에서는 변한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협상을 어렵게 만들 변수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6일 개인필명 논평을 통해 “우리는 평화적 핵활동 권리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그것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로, 애초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북한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이 논평은 “우리의 핵동력 시설에는 인민의 피와 땀이 스며 있다”며, 핵에너지의 보상 없이는 영변 5MW 흑연감속로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마음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논평만을 놓고 보면 전문가들의 방북과 4차례의 뉴욕 접촉 등 휴회 기간의 북-미간 의견교환에도 오히려 뒷걸음질을 친 셈이 된다.
6자회담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미국에도 있다. 최근 북한인권 특사로 임명된 제이 레프코위츠는 지난 8일 대북 식량지원과 인권이 연계될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한 논란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부인으로 가까스로 진화됐다. 또, 로버트 죌릭 국무부 부장관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위조지폐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을 ‘범죄국가’라고 자극했다. 실제로 미 보수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미국이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및 마약거래 차단에 나섰다면서, 이 문제를 쟁점화 할 태세다. 미국의 목표가 북한의 체제전환이라는 북한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미국내 보수강경세력들의 입김 등 회담 외적인 변수도 전망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미 관리의 말을 빌려 북한의 주장이 “요구조건을 확대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지켜보려는 고전적 전술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그것이 그들의 결론이라면 회담은 결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수로를 넘어서는 해법 찾기가 관건= 물론, 북한이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일반적인 권리가 아니라 핵폐기의 대가로 경수로를 요구할 경우 결렬은 불가피하다. 이는 한국이 중대제안을 통해 내놓은 ‘대북 전력송전’ 방안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북-미가 단지 경수로만을 놓고 대립한다면 해법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을 받치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은 모든 핵의 폐기와 북한에 대한 상응조처다.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처는 이른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 및 북-미 관계정상화가 핵심이다. 1단계 회의에서 제시된 중국의 4차 초안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이 두 개의 기둥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북한으로선 모든 핵을 폐기할 경우, 북-미 관계 정상화와 안전 보장, 경제 지원 등 그에 대한 상응조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절대명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핵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워 모든 핵의 폐기에 제동을 검으로써 그 균형을 맞추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4차 초안에 명시돼 있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 협의과정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북한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힐 차관보 역시 지난달 17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구상’을 밝히면서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6자 회담이 ‘또 하나의 작은 군비통제 회담’이 아니라, “6자회담의 과정이 이 지역 국가간의 새로운 양자관계와 다자적 지역 추진체를 만들어내는 모태와 같은 것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6자회담을 핵문제 해결을 넘어서, 탈냉전의 새로운 동북아질서 구축을 논의할 수 있는 협상의 틀로 볼 수 있을 것인지가 2단계 회의의 성패를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강태호·유강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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