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장관급 회담…의미와 전망
“이제 말할 때가 되지 않았나?” 13일 평양에서 시작되는 16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공식 브리핑에 대해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오자, 회담 대변인인 김천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한 말이다.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온 남북 간 정치·군사적 화해협력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이 그 근거로 제시한 상황인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남북 500번째 만남에 ‘평화’ 프로포즈6자 이후 한반도 앞날 능동대처 포석
‘출구’ 먼길…합의문 표기도 만만찮아 우선,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의 발전 수준에 비춰 화해·협력을 정치·군사 분야로 확산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고, 그럴 여건도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정상회담 이후 꾸준한 교류협력으로 전문화·다양화하고 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6·17면담, 제15차 장관급 회담, 8·15 공동행사 등을 통해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기도 하다. 사실, 2000년 6·15 선언 이후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남북 교류와 회담의 기본 기조는 ‘경제 먼저, 정치 나중’, ‘평화와 경제의 교환 패러다임’이었다. 미묘한 정치·군사 분야 논의는 뒤로 미루고, 일단 경제협력을 통해 화해와 공존공생의 분위기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협만 하다 세월을 보낼 거냐”며 이런 정책 기조를 비판해왔다. 최근 북쪽은 전통적 주장과 달리 경제협력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심화 발전하려면 정치·군사적 화해협력이 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번째로 이번 제의는 ‘북핵 (6자회담) 이후’에 대비한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핵 문제 합의 시점부터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의 가장 주요한 당사자인 남북이 급변하는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다지자면 미리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문제는 정부가 ‘평화문제’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언급한 내용, 즉 구체적 의제와 ‘출구’가 무엇이냐는 데 있다. 평화문제와 관련한 의제로는 북핵 문제와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15차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했으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3차 장성급군사회담의 개최 일정 확정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남북의 원론적·포괄적 공감을 전제로 장성급회담 일정에 합의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크다.
‘출구’에 대해선 정부 당국자들이 입을 꾹 닫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향하는 출구는 분명해 보인다. 정부 내부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핵심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평화협정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6자회담의 성과와 주한미군, 주변 강대국의 반응 등 예민한 쟁점들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평화문제는 크고, 복잡한 문제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한 정부 관계자의 언급처럼,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가 “이번 장관급 회담 합의문 전문에 남북이 평화문제에 공감한다는 의지를 포함시킬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어려움을 방증한다.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는 이밖에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접점 찾기, 연내 이산가족 상봉행사 추진, 15차 장관급회담 합의사항 이행 점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용인 이제훈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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