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에서 열릴 제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를 하루 앞두고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방문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힐 “우리는 준비돼있는데…”
12일 저녁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한시간 남짓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 만하다.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에 중대 영향을 끼칠 베이징 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와 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하루 앞둔 민감한 시기에 두 회담의 핵심 당사자가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만남은 2∼3분 동안의 의례적 인사말 정도를 빼고는 비공개로 이뤄진다. 회담 뒤 브리핑 내용도 알맹이가 없는 게 관례다. 논의 내용이 매우 예민하고, 보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정 장관, 힐 차관보 면담 결과’라는 이름의 짤막한 통일부 보도자료는 예상 밖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힐 차관보가 북의 지도부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남한을 통해 북-미 사이 의사교환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지난 6월17일 김정일-정동영 면담이 남한을 통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의사교환이었듯이 그 속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흔히 ‘북의 지도부’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뜻한다. 메시지의 발신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일 가능성이 높다. 정 장관과 격도 맞고,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는 라이스가 전담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힐 차관보는 또 취재진에 공개된 정 장관과의 면담 들머리에서 “우리는 준비가 돼 있는데, 북한이 준비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선 나름의 ‘결단’을 했으니, 북한만 결단하면 결론이 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해서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평했다. 정 장관과 힐 차관보는 ‘북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 문제’ 등 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메시지 내용과 관련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 관계자는 메시지라는 말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6자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 그리고 북에 대한 요구 사항, 바라는 바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이용인 기자 nomad@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