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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3 16:13 수정 : 2005.09.13 16:13

김계관 `융통성' 발언 주목

제4차 북핵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개막된 13일 베이징 외교가는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밝힌 `융통성'에 주목했다.

막판 고비까지 갔다가 결국 휴회로 마감한 1단계회의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이른바 `핵 폐기범위'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 가운데 특히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해 양측이 끝까지 첨예한 신경전을 거듭함에 따라 거의 2주간에 걸린 막전막후의 협상이 구체적 성과없이 종료됐다.

2단계 회의가 시작됐지만 양측의 입장이 변화가 없다면 결국 협상은 비관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현지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계관 부상이 `핵 평화적 이용권'을 재천명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융통성(flexibility)을 발휘할 방침"이라고 말한 것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살짝 뒤틀어보면 "미국이 성의를 보여달라. 그러면 우리도.."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외교 분석가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이 부분에서 김 부상의 발언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김 부상은 "북한은 평화적인 목적의 핵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말한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에서 '이용'이 '활동'으로 대체된 내용은 일면 과거보다 입장을 강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김 부상은 "북한은 경수로를 가져야 하며 이것이 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적 핵이용과 경수로라는 두가지 문제에서 기존의 북한 입장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건부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평화적 핵 활동을 하는 것은 북한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에 대해 조건을 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김 부상의 발언 내용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거나 오히려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과거와 달리 '융통성'을 언급한데 대해 일부 분석가들은 "기존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단순한 수사학"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융통성'을 적극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견해도 많다. 이 경우 김 부상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 미국의 '대안'을 촉구하는 속내가 담겨 있을 게 아니냐는 관측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물론 러시아 등은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와 같은 일정한 선제조건이 충족될 경우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미국과는 다소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 문제에서 모종의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베이징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핵 이용권리와 상관없이 이번 협상의 다른 한 축인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보다 진전된 안을 미국이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이번 2단계 회의에서는 여러가지 조합 가운데 유효하고 의미있는 조합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 "조합을 찾는 일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융통성을 발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2단계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융통성'을 언급한 것은 미국에서 꺼낼 카드의 내용과 경우의 수를 떠보기 위한 전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북한이 1단계 회의가 휴회한 뒤 37일간의 시간적 여유 속에서 어떤 전술적 변화를 보일지를 상정하고 한국과 일본 등과 충분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2단계 회의가 열리는 동안 평양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만일 북한이 베이징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경우 그 실질적 내용을 평양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결과적으로 2단계 회담의 향방은 `융통성'의 내용과 그 효과가 협상의 진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로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이우탁 기자 lwt@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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