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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3 19:19 수정 : 2005.09.13 19:42

‘개성 독점사업권-더 많은 수익’ 신경전

북, 상황 악화될 추가조처 안내놔

‘현정은식 경영’ 반발감도 영향

현정은 회장 직할체제의 현대아산과 북쪽의 갈등은 겉으로만 보면, 파국을 마다지 않는 정면 대결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결론을 당겨 말하면, 결국은 (새로운) 상대방과의 ‘호흡 맞추기’로 귀결될 신경전 또는 ‘길들이기’ 게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북쪽은 금강산 하루 관광객을 이전의 절반 수준인 600명으로 줄였고, 현대 쪽에 “김윤규 부회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대의 대북 경협사업에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북쪽은 상황을 악화시킬 추가 조처를 내놓지 않았다. 13일 개성에선 현대아산과 개성본관광을 위한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또 금강산관광사업 등은 형식적으로는 현대라는 개별기업의 사업이지만, 내용적으로는 1998년 이후 급속한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적 사업이어서 양쪽 모두 기분 내키는대로 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개성 본관광의 일정을 못잡고 있다든가, 백두산 관광의 전망이 불투명한 것을 모두 ‘김윤규 문제’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롯데관광 쪽에 개성관광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도 벌써 오래된 일이라는 게 현대쪽 설명이다. 개성관광에 대해선 현대가 독점권을 갖고 있는지 애초부터 논란이 있었다. 평양관광과 백두산 관광과 관련해, 북쪽은 처음부터 현대의 독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관광과 관련해 현대의 구실은 모객 대행 여행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고 비유했다. 게다가 롯데그룹은 북한이 투자유치를 희망해온 한국(일본)의 대기업 가운데 항상 영순위였다.

 겉으로 드러난 갈등의 발화점이 ‘김윤규 문제’이기 때문에 ‘정면 대결’ 비슷하게 비치는 측면이 있다. 또 북쪽이 다분히 그렇게 몰아가는 측면도 있다. 그 이면에는 김윤규식 경영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른바 ‘정도(올바른 길) 경영’을 내건 ‘현정은식 경영’에 대한 북쪽의 부적응 또는 반발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12일 대국민 편지를 통해 “비리경영인의 인사조처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선택하겠다”라고 밝힌 현 회장의 태도는, ‘정주영→정몽헌(→김윤규)’으로 이어져 온 현대의 전통적 대북사업 스타일과 전혀 다르다. 북쪽은 낯설고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는 조정이 필요한데, 김윤규 문제를 둘러싼 감정싸움 등이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갈등의 저변에 ‘실리’를 둘러싼 다툼을 무시할 수 없다. 개성관광도 금강산관광사업처럼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싶어하는 현대와, 관광사업을 주도적으로 조직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는 북쪽의 다른 계산법이 맞부닥치는 형국이다. 정치적이거나 도덕·명분 쪽보다는, 다분히 경제적 이해의 문제다. 현대는 ‘독점사업권’을 내세우고 있고, 북쪽은 금강산과 개성은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북쪽이 롯데나 다른 기업들에 개성 관련 사업을 제안한 것은 ‘현대 압박하기’ 뿐만 아니라 남쪽 기업들 간의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내려는 동기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할 듯 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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