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4 19:12
수정 : 2005.09.14 19:12
정장관 발언에 북쪽도 끄덕끄덕
‘남북 경제관리 양성’ 북에 제안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문제는 서로 떼어 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인식도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핵문제를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해소 등 한반도(북한의) 평화와 안전보장의 문제로 간주해왔다.
제16차 장관급회담 남쪽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첫 전체회의에서 이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장관은 1905년 태프트-가쓰라 밀약과 1945년 얄타회담 등 강대국에 휘둘린 역사를 거론하며 남북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장관은 ‘6자회담 타결’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건임을 강조하며, “역사가 부여한 소명”이라고 말했다.
남쪽의 회담 관계자는 “지난 6월17일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 면담 이후 완전 복원된 남북 당국간 대화 통로를 북핵 문제 해결과 6자회담 합의 도달을 위한 창구로 적극 활용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특히 대북 직접 송전을 뼈대로 한 남쪽의 ‘중대제안’을 북쪽이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북한의 경수로 요구는 잘못된 것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그는 “시간을 끌어봐야 우리(남과 북)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며, 북쪽의 ‘결단’을 당부했다.
북쪽의 권호웅 대표단장은 정 장관의 이런 발언에 특별히 토를 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관계자는 “머리 발언의 내용은 서로 유사한 것이었다”며 “대단히 높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정 장관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우선 과제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처 △군사당국자간 대화의 조속한 개최 등을 촉구한 것은, 남북관계가 한단계 높아지려면 ‘평화 문제’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의 소산이다.
구체적 의제와 관련해, 남쪽은 △국군포로·전후납북자 생사 및 주소 확인 시범사업 △임진강 수해방지사업을 위한 공동조사 등 종합대책 마련 △항공·과학기술분야 협력 구체 협의 등, 이전에 합의했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는 내용을 환기시켰다.
북쪽이 경협 속도가 느리다며 남북 사이의 투자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제기한 것은, 전략물자반출제도 등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남쪽은 의류·신발·비누 등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북쪽에 지원하고, 북은 아연·마그네사이트 등 지하자원 개발에 남쪽 투자를 보장하고 생산물을 제공키로 한 10차 경추위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남쪽은 이에 대해 처음으로, 남북 공동으로 경제관리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평양 또는 개성에 개설하자고 제안했다. 장기 전망 속에서 민족경제공동체 건설의 주춧돌이 될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쪽의 반응이 주목된다.
한편, 북쪽이 기조연설에서 ‘상대방 체제 인정과 배치되는 법률·제도 철폐’ ‘합동군사훈련 중지’ 등을 거론한 것은, 회담에 난기류를 조성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 시대변화에 맞춰 남쪽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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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정부몫 있다” 중재의지
정통일 ‘민간사업’ 이례적 표명…북-현대 갈등에 불만
제16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 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둘러싼 현대아산과 북쪽의 갈등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공식적인 회담 의제도 아닌 사항을 수석대표가 회담 기간 중에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 장관은 준비한 발언만 하고는 공동취재단의 일문일답을 받지 않고 곧바로 기자실을 떠났다. 국민의 관심사이기는 하지만 적극 나서기는 어려운, 정부의 ‘곤혹스런’ 처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 장관은 이날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북쪽 모두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섭섭함의 무게는 현대아산쪽에 쏠려 있는 편이다. 정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가 중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현정은 회장을 만났는데, 다음날(12일) 인테넷에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며 “정부의 조정·중재 여지가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의 ‘감정적’ 대응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북쪽에도 ‘타협’을 에둘러 촉구했다. 정 장관은 “(갈등 상황이) 북에도 이롭지 않고 모두 다 패배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쪽에 원만한 처리를 요구한 셈이다.
정 장관은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이 면담한 지) 두달도 채 안돼 기대와 희망이 식어버려, 정부로서도 어처구니없게 생각한다”며 당혹감을 표시한 뒤 “정부로서도 해야 할 몫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간 베이스로 추진하는 사업이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통로 구실은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여기(평양) 오기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뵈었을 때 현대 사업에 안타까움을 표시하셨다”며 “장관이 적극 중재노력을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평양/공동취재단,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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