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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4 19:18 수정 : 2005.09.15 01:43

제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의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왼쪽)와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14일 낮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양자 협의를 한 뒤 식당을 나서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대북송전 충돌 피해 ‘제3 경수로’ 언급
미 불가입장 단호…한 “검토 치 없다
‘핵폐기 대가 극대화’ 에 희망섞인 기대

북한이 핵폐기 범위를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에 한정한다는 기본 입장을 바꾸지 않은 채, ‘경수로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13일 속개된 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로선 북한이 얘기하는 경수로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호하지만, ‘모든 핵 폐기’를 우선시하는 미국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논리적으로, 북한이 얘기하는 경수로는 크게 ‘권리’와 ‘실체’로 나눌 수 있다. 평화적 핵이용 권리로서 경수로를 가질 권리를 가리킬 수도 있고, 평화적 핵시설까지를 포함해 핵폐기의 대가로 받아내려는 실체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후자라면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공사에 들어갔다 중단된 신포 경수로를 가리키거나, 제3의 경수로를 의미할 수 있다.

미국은 ‘경수로는 어떤 것이든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누구도 경수로를 지어주거나 돈을 댈 의사가 없는데, 그런 ‘가공의 또는 미래의 문제’보다는 모든 핵 폐기라는 ‘현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쪽이 제기한다고 해서 의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수로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이 신포 경수로를 말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중대 제안’과 충돌한다.

북한은 일단 권리와 실체를 모두 거론하고 있다. 13일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신화통신> 회견에서 ‘경수로 건설’을 밝혔지만, 다른 자리에서 북한의 한 대표는 ‘제3의 경수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제3의 경수로를 언급한 것은 경수로를 권리가 아니라 구체적 실체로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만㎾ 대북 직접송전을 핵심으로 한 한국의 중대 제안은 신포 경수로 건설 중단을 전제한 것이다. 북한이 제3의 경수로라고 언급한 데에서는 중대제안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이려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제3의 경수로’ 발언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그런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지만, ‘제안’으론 간주하지 않는 자세다. 정부 안에서는 북한이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에 농업·의학용만이 아니라 발전용 권리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런 발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제3의 경수로를 짓겠다’거나 ‘제3의 경수로를 달라’는 것이라면 검토할 가치도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조건을 다는 미국이 북한이 경수로를 갖는다는 것을 용납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어떤 경수로를 얘기하는가’보다는 ‘왜 경수로를 얘기하는가’가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 ‘경수로를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 협상을 않겠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으로, 북한의 경수로 건설 요구를 ‘협상카드’로 보는 분석도 만만치가 않다. 미국의 ‘모든 핵 폐기’ 요구에, 미국도 인정하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로서 평화적 핵이용 권리의 최대치를 내놓음으로써, 궁극적으로 핵폐기에 따른 상응조처를 극대화하려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이번 회의의 앞날은 매우 어둡다. 베이징/강태호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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