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5 01:11
수정 : 2005.09.15 02:14
경수로 요구 수용 어려워…송전제안 받아야”
북 “평화적 합의 안되면 핵폐기범위 한정”
북한과 미국은 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 이틀째인 14일 양자협의를 벌였으나 경수로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은 또 경수로 등 핵의 평화적 이용이 보장되지 않는 한, 핵 폐기 범위를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에 한정하겠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이날 북한 대표단과 첫 양자협의를 마친 뒤 숙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핵문제의 해결 쪽으로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며 “북한은 경수로 건설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수로 건설은 10년이나 걸리고, 20억∼30억 달러의 자금이 소요된다”며 “북한은 불과 몇년 내에 휴전선을 통과하는 송전선을 건설해 전력을 공급해 주겠다는 한국의 중대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북쪽 요구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4차 초안에 기초해 최소한의 변화를 통해 합의문을 채택해야 하며, 경수로는 다음 단계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모든 핵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상응조처로 신포 경수로가 아닌 ‘제3의 경수로’ 건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북한의 요구가 새로운 경수로인지 신포의 경수로인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참가국들이 전날에 이어 이날 양자협의를 계속했으며, “각자의 입장을 개진하는 데 그쳐 본격 협상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한과 미국의 입장 사이에는 겹쳐지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핵폐기의 범위 문제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언론이 주요 쟁점으로 다루고 있는 경수로 등 핵의 평화적 이용보다 이 문제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경수로 등 핵의 평화적 이용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미국 등이 요구하는 ‘모든 핵의 포기’라는 핵폐기 범위에 동의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북한은 일본과의 양자협의로 일정을 시작했으며, 이어 오후에는 미국과 양자협의를 벌였다. 이에 앞서 한-미는 오찬을 겸한 회의에서 대책을 협의했다. 미국은 일본·러시아·한국·북한과 차례로 양자협의를 벌였으며, 저녁에는 중국과 별도로 만찬회동을 했다.
한편, 제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 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4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6자 회담 공동문건이 반드시 도출돼야 한다”며 북쪽이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3일(현지시각)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열어, “(6자 회담에서) 북한이 핵포기라는 결단을 내리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백악관 관리들이 전했다. 베이징/강태호 유강문 기자,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평양/공동취재단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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