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1 19:56
수정 : 2005.09.21 19:56
정통일 다보스 발언…6자 공동성명뒤 주목
‘5차 6자회담’ 행동방안 합의등 선결과제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이전에, 6자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아펙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선언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월30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2004년 6월 3차 6자회담이 열린 이래 회담 재개 전망이 안개속에 빠지고 한반도의 위기감이 높아지던 당시, 이 연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9·19 베이징 6자 공동성명’ 이후, 상황은 극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정 장관이 ‘한반도 평화전략’이라는 이름의 연설에서 밝힌 한국 정부의 거대한 비전이 ‘종이 위의 꿈’을 넘어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전략’을 구체화할 외교적 실천의 핵심고리는 11월18∼19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펙 정상회의이다. 목표의 최대치는 정부가 기대하는대로 북한을 포함해 6개국 정상들이 아펙에 모여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확인하고,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국제적으로 선언하는 일이다. 1989년 12월 미·소가 냉전종식을 선언한 한반도판 몰타회담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 장관은 이미 1월30일 연설에서 “북한 지도자가 참석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특히 아펙을 계기로 열리게 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에서도 명시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재확인하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에서 이미 마련한 대북정책의 ‘대담한 접근방식’의 이행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미 핵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많은 것들이 이뤄질 수 있다며, 외교관계 수립을 언급한 바 있다. 또 별도 일정으로 잡혀 있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등은 정상 차원에서 한반도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12월로 잡혀있는 한-일 셔틀 정상회담은 11월초의 북-일 수교교섭을 위한 정부간 협상을 측면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11월 초 열기로 한 5차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비핵화 등의 이행방안 협의에서 성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 10월 들어 본격화될 양자, 다자 협의는 이런 전망 위에서 진행될 것이다. 정동영 장관은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북한 방문을 예로 들었다. 힐 차관보는 6자회담 수석대표일 뿐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정책의 실무책임자이기도 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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