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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창건 60돌 기념일을 사흘 앞둔 지난 8일 경축 기념식 연습을 위해 길을 나선 평양 주민들이 60돌 기념 조형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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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등 신·증축…기념행사 감소 후계자 문제 공식거론 가능성 낮아 6자회담 앞 ㅏ외교무대 활용 움직임
“당 창건 기념일은 우리한테 명절이라요. 논의 알곡도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당 창건 60돌(10월10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평양을 찾았을 때 북쪽 안내원들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2일에도 평양 시내 곳곳에는 행사 연습을 위해 조화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페인트 칠로 깔끔하게 새 단장한 건물들에는 ‘당창건 60돐 경축’,‘조선 노동당 창건 60돐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따위의 구호판이 걸려 있었다. 노동당 창건일은 북한의 8대 명절 가운데 하나로, ‘법정 공휴일’로 정해져 있다. 게다가 60돌은 이른바 ‘꺾어지는 해’로, 북한에선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노동당 창건 60돌을 앞두고 안팎으로 ‘잔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잔칫집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적 행사보다는 경제부문 성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바로 이 점이 이전의 당 창건 기념일과 가장 다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9월 말부터 최근까지 보름여 사이에 함경남도 감자전분공장, 평안남도 대안친선유리공장 등 22개 주요 산업시설을 신·증축했다. 또한 <노동신문>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리고 있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처 시행 이후의 경제성과를 강조하고, 주민들을 독려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특히 22개 산업시설 가운데 평남 영원발전소, 황해도 신계 군민발전소 등 발전소 신·증축만 7개에 이른다. 대개는 소형 발전소지만, 북한이 전력 에너지 확보를 위해 얼마나 주력해왔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아리랑> 공연을 제외하고 정치적 색채를 띠는 기념행사는 이전보다 줄었다. 물론 이번 당 창건일 때도 김일성·김정일화 전시회, 국가도서 전람회 등 단골 행사들은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올해 기념행사는 모두 26건으로, 2000년 55돌 때의 56건이나 1995년 60돌 때의 31건보다 축소됐다. 열병식이나 기념식에 동원되는 군인·군중은 대략 100만명 선으로, 이전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새로운 경제개혁 조처 발표나 후계자 문제 등이 공식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특히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따위의 여론 설득 작업과 같은 징후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한편, 북한은 이번 당 창건 기념일을 ‘외교무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4차 6자회담이 끝나고 11월 초 5차 6자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라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8일 북한을 방문한 중국의 우이 국무원 부총리로보터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구두 친서를 전달받았다. 구두 친서에 당 창건 축하 내용 이외에도 후 주석의 방북 계획이나 6자회담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김 위원장은 또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관구 러시아 대통령 전권대사를 초청해 경제협력이나 6자회담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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